"논두렁서 스윙 연습 대성할 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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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말도 안 통했을텐데, 장하디 장하요."

6일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컴 팩 클래식에서 우승한 崔경주선수의 전남 완도군 완도읍 화흥리 고향 집은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아버지 최병선(崔炳善·57)씨와 어머니 서실례(徐實禮·53)씨는 이날 오전 3시부터 TV중계를 지켜보다 아들이 우승을 확정짓자 "변변하게 뒷바라지도 못했는데 큰 일을 해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崔씨는 "경주는 3남1녀의 장남으로 어렸을 때부터 형편이 어려운 집안 일을 거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徐씨는 "어젯밤 꿈에 주둥이가 유난히 큰 돼지가 집안으로 걸어들어 오길래 좋은 일이 있겠구나 싶었다"며 기뻐했다.

날이 밝으면서 주민들도 崔선수 집을 찾아 쾌거를 축하했으며 마을회관에선 즉석 잔치가 벌어져 술과 음식을 나눠먹었다.

화흥리 김상만(金相萬·53)이장은 "경주가 고교 시절 논두렁에서 1~2시간씩 따로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대성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완도읍과 고향 마을 입구에는 청년회 등에서 우승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완도군측과 주민들은 崔선수가 귀국할 때 공항으로 직접 마중을 나가 환영하기로 했다.

화흥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씨름·투창 등 여러 종목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여온 崔선수가 골프에 입문한 데는 1986년 완도에 처음으로 골프연습장이 문을 연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길이 80m(8타석) 규모의 작은 골프연습장을 연 추강래(秋康來·48·사업)씨는 꿈나무들을 찾아 완도 수산고를 방문, 崔선수 등 5명을 추천받았다.

秋씨는 "崔선수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3년 후를 기대하라고 말하더니 결국 이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한편 98년 체육 특별 장학생으로 崔선수를 선발한 광주대는 일간지에 우승을 축하하는 광고를 내기로 했다.

광주대 金혁종(44)기획실장은 "崔선수에게 부담이 될까봐 학교 재학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이번 우승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노력한 땀의 대가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완도=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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