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징크스, 심판 판정, 그리고 빗물…한국 대표팀의 3대 불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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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2-1로 분패했다. 패배는 아쉬웠지만 한국은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이영표 선수가 경기 직후 "스코어만 제외하고 모든 게 만족스러운 경기"였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찾아온 불운이 8강 문턱에서 한국 대표팀의 발목을 붙잡았다. 골대 징크스와 심판의 편파 판정, 그리고 빗물이었다.

◇골대 징크스, 공이 골대를 맞으면 진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직접 슈팅이 가능한 좋은 거리였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직접 프리킥을 성공시켰던 박주영이 키커로 나섰다. 감각이 오를대로 올라 있던 박주영은 우루과이 수비벽을 넘기는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를 선보였다.

수비수들의 키를 넘으며 날아간 공은 상대 골키퍼도 손쓸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공은 왼쪽 골 포스트 바깥쪽을 때리고 나왔다. "공이 골대를 맞으면 진다"는 징크스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 한국은 전반8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뼈아픈 선제골을 허용했다. 한 골차 리드 상황에서 우루과이는 수비벽을 탄탄히 했고 특유의 교묘한 파울로 한국의 공격 리듬을 끊었다.

◇석연치 않은 심판, 네티즌들 "부처 심판이냐" 분통

이날 주심을 본 볼프강 슈타르크(Wolfgang Stark·41)의 석연치 않은 판정도 한국 대표팀에겐 불운이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된 건 후반 18분 기성용 선수가 우루과이 공격수 에디슨 카바니에게 고의적으로 발을 밟히는 장면. 상대 페널티 박스안에서 벌어진 명백한 파울 상황이었지만 슈타르크 주심은 페널티킥을 주지 않았다. 경기를 중계하던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파울이잖아요. 이건 퇴장감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후반 교체투입된 이동국이 상대 수비수와 정상적인 몸싸움을 벌이다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장면에서도 슈타르크 주심은 이동국의 파울을 선언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양팀이 모두 12개의 파울을 범했지만 한국 선수들만 세 차례의 경고를 받았다. 석연치 않은 오프사이드 판정때문에 주장인 박지성 선수가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한국 네티즌들은 경기 직후 "심판만 없었더라면 이길 수 있었던 경기", "잘 싸워줬는데 아쉽기만 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했다. 지나치게 관대한 슈타르크 주심에겐 '부처 심판'이란 별명을 붙였다.

◇후반부터 폭우, 한국 대표팀 악전고투

이날 비 때문에 선수들은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장 잔디 곳곳이 파였고, 볼 트래핑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폭우 속에 뛰느라 체력소모가 심했다.

후반 42분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이 페널티지역으로 쇄도하던 이동국에게 빠르게 패스를 줬고, 이동국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결정적 상황을 맞이했다. 이동국은 공을 잡자마자 번개같이 돌아서며 오른발 땅볼 슛을 날렸다. 우루과이의 무슬렐라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았지만 공은 가랑이를 스치며 문전으로 굴러갔다. 하지만 폭우로 물이 잔뜩 고여있는 잔디 위에서 공은 빠르게 구르지 않았다. 덕분에 뒤따라오던 우루과이 수비수가 공을 걷어낼 수 있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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