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윤남 ‘인민복근’은 아내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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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윤남이 16일(한국시간) 브라질전 직후 점퍼를 입는 모습. 누리꾼들은 그에게 ‘인민복근’이란 별명을 붙였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중국 언론이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축구 대표팀의 분석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관영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는 25일 평양 주재 특파원의 분석기사를 1, 3면에 보도했다. ‘북한 축구팀, 그렇게 신비하지는 않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연속 패배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불굴의 정신과 투지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신문은 지윤남 선수를 상세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4세인 지윤남은 13세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고, 원래 수비수였으나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미드필더로 전향했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기습공격에 능하지만 집에서는 아내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공처가라고 동료 선수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동료 선수들은 “지 선수가 이번에 활약한 것은 평소 ‘제2의 감독’으로 불리며 지 선수의 체력단련을 꼼꼼히 챙겨온 부인의 덕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은 선군(先軍)정치의 영향으로 군 부대 소속 선수의 수준이 가장 우수하고 훈련 여건도 좋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선수들은 “위대한 장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은혜에 대한 보답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으며 “경기에 임할 때 정신적 동력을 김 위원장으로부터 얻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북한팀은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정훈 감독이 말한 대로 ‘너는 너의 방식대로, 나는 나의 방식대로’를 강조하는 ‘주체 전법’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주체축구의 작전법에는 착오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지식인들이 즐겨 보는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도 24일자에서 ‘주체축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라는 특집기사를 1, 2면에 실었다. 신문은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열린 21일 북한팀 골키퍼 이명국의 친형이 사는 평양의 아파트를 직접 방문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선수의 형 이명일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본선에 진출하기 전에 ‘조국의 대문을 보위하듯 골문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선수는 포르투갈전에서 무려 7골을 내줬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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