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간 이회창후보 대학생들이 '계란세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회창(會昌)후보가 1일 오후 광주에서 봉변을 당했다. 광주·전남 경선을 하루 앞두고 광주로 내려가 '광주 비엔날레' 야외전시장을 둘러보고 일행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나오던 중 대학생들이 버스를 향해 날계란을 던진 것이다.

후보의 광주 방문 반대 시위를 벌이던 조선대생 80여명이 '혁명 광주에 이회창이 웬 말이냐'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30여개의 계란을 던졌다. 후보와 그 일행은 버스에 타고 있어 계란을 직접 맞지는 않았다.

후보는 전시장 참관에 앞서 이 지역 유지로 전남대 병원에 입원 중인 홍남순(洪南淳)변호사를 병문안한 뒤 측근들에게서 "전시장 주변에서 대학생들이 시위하고 있으니 참관하지 말자"는 건의를 받았으나 "그냥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후보측은 대학생들의 계란 투척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측근은 "이곳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일이지만 문제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일이 영남에선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에선 "'노풍(風·노무현 바람)'이 불고 있는 영남에서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오는 6일 부산에서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가 예정돼 있어 이번 일이 부산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1일 金대통령 3남 홍걸씨와 미국으로 도피한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골프를 쳤다는 본지 보도가 나오자 홍걸씨 즉각 소환, 대통령 사과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풍' 차단이 주목적인 부산 대회를 앞두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홍걸씨 문제로 인해 자민련과의 공조도 재가동될 조짐이다. 자민련도 한나라당과 똑같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대변인 입에선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제·국정조사·TV청문회 실시 등의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공조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말도 나왔다.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공조를 강화하면 특검제 등의 실시 가능성은 커진다.

최상연·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