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부동산 '해외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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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주택건설업체들이 날로 쌓이는 미분양을 처분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건설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5만8905가구로 지난해 말(3만8261가구)보다 54%나 늘었다.

그만큼 업체들의 고민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분양가 깎아주기, 분양대금 납부조건 완화 등을 써먹고 있으나 요즘엔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다. 해외 마케팅과 도매 거래는 최악의 상황을 깨기 위한 이색 마케팅으로 꼽힌다.

◆해외로=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마케팅은 판촉 비용이 많고, 성과도 불투명하지만 한 채라도 팔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수건설은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래디슨월셔 호텔에서 교포들을 대상으로 일산 브라운스톤 오피스텔의 분양 설명회를 열었다.

회사 측은 1069실 중 미계약분 200여실에 대해 신청을 받았는데 250여명이 가계약했다고 전했다. 최형식 전무는 "국내 수요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교포들이 많은 LA에서 마케팅을 벌이게 됐다"며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투자 희망자들이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한라건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경기도 일산 웨스턴타워 빌딩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열어 50여실의 사무실을 계약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상반기에는 삼환기업이 서울 역삼동에 짓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중장기 숙박객을 위한 호텔식 주거시설)를 팔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분양 활동을 벌였다.

◆도매로=도매판매는 미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사고 파는 것으로 외환위기 등으로 경기가 좋지 않던 1998~2000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일대에서 반짝 장이 섰었다.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수십 가구씩 중간도매업자에게 할인 판매하면 도매업자는 이를 개인 수요자에게 파는 것이다. 예컨대 도매업자가 1억원짜리 아파트를 9000만원에 통째 매입해 소비자에게는 9500만원에 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하고 도매업자는 세금 문제가 걸려 암암리에 진행됐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동산 청약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이 같은 도매 마케팅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H기업은 경기도 용인에 짓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 120여가구를 놓고 자산운용.투자회사인 S사와 일괄 매각 협의를 벌이고 있다. H건설 관계자는 "가격 조건만 맞으면 적극 매입하겠다는 것이 S사의 입장이어서 이달 중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력이 든든한 S사는 이 아파트를 사들였다가 완공시점(2006년)에 팔면 금융비용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다른 투자회사인 B사는 서울 영등포구에 S건설이 짓고 있는 오피스텔 미분양분에 관심을 갖고 회사와 협의 중이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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