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충격적 패배에 들끓는 독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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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의 자존심이라던 전차군단의 패배에 독일이 들끓고 있다. 19일 한국과의 대전에서 1-3의 스코어로 완패하면서 부터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등 독일 유력언론들은 일제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이 첫 패배를 기록했다고 체육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공영방송인 ARD와 ZDF등도 특집방송을 통해 선수들의 반응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곁들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ARD는 경기후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하는 차두리 선수로 부터 "우리는 90분간 모든 것을 다 바쳤고 보상을 받았다. 이번 경기가 지난 월드컵후 다소 냉각된 한국민의 축구에 대한 행복감을 다시 불러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소감을 생중계로 내보냈다.

그러나 독일 시청자들은 황금시간대인 일요일 오전 11시(현지시간)에 위성중계로 방영된 한국과의 경기에서 전차군단이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시청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후년 우승을 목표로 한다던 독일팀이 이게 무슨 망신이냐"면서 야유를 보냈다.

최대 발행부수의 일간 빌트는 20일자에서 "클린스만이 처음으로 얻어 맞았다. 독일팀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그렇게 잘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매섭게 질타했다. FAZ도 패인을 분석하면서 "한국선수들이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올지 몰랐다. 우리는 용기가 꺽였고 우리가 범한 몇가지 실책때문에 징계를 받은 셈이다"라는 독일팀 주장 미하엘 발락선수의 지적을 인용했다. 신문은 수문장 올리버 칸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골기퍼에게는 악몽과 같은 경기였다"고 진저리를 치면서 "이제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칸은 21일 벌어질 대 태국전에 출장하지 않는다.

일간 디 벨트지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팀은 독일팀에 전혀 존경심을 보이지 않았고 억세게 몸으로 밀어부치는 경기방식은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구미에 전혀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DPA 통신은 "발락이 당연히 넣어야할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피로를 풀지못한 케빈 쿠라니는 무기력했으며 경기 이틀전에야 부산에 도착한 안드레아스 힌켈과 필립 람은 골문을 시종위협하는 한국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선수 출신의 유명 축구해설가인 귄터 네처는 "패배의 원인을 잘 분석해 봐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한국팀이 90분내내 시종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거나 더욱이 독일이 패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허탈해 했다.

반면 독일 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 경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며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전 패배가 다리골절에 비유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팀은 시종 공격을 가했다"면서 "선수단에 매우 만족하며 패배를 사과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발락선수도 "용기가 꺽인데다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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