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中戰에 약한 유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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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축구는 대표적인 전천후 스포츠다. 폭우 속에서도, 강풍 속에서도 경기는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부터 폭우나 태풍으로 경기 진행이 어려울 경우 연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주심이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FIFA에서 파견한 경기감독관이 동의하면 경기의 일시적 중단 또는 연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정한 기간 내에 치러야 하는 월드컵의 경우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심하게 번개가 치거나 우박이 쏟아져 선수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등의 극한상황에서만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장대비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기상청이 지난 31년간의 기후를 분석한 데 따르면 월드컵이 열리는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비오는 날이 많을 전망이다. 이 기간 예상 강우량은 1백10㎜~2백80㎜.

벨기에 로베르 바세주 감독은 의외로 일본을 이번 월드컵의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았는데, 그것은 월드컵 기간과 일본의 장마 기간이 겹쳐 일본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조별리그 러시아전(6월 9일·요코하마), 튀니지전(14일·오사카)에 비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일본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16강 진출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겨울에 휴식기를 갖는 한국·일본의 프로축구 리그와 달리 유럽의 리그는 여름에 쉬기 때문에 유럽 선수들은 수중전에 특히 취약하다.

수중전이 빚어내는 예상외의 결과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1970년대 한국은 객관적 전력 면에서 한수 아래인 말레이시아와 수중전만 펼쳤다 하면 번번이 무릎을 꿇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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