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黨민주화 기여… 돈선거 추방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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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3월 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15개 지역에서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27일 서울지역 경선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국민을 참여시킨 가운데 전국을 순회하며 경선을 치르는 새로운 제도로 여야는 모두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민주당은 떨어졌던 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렸고, 노무현(武鉉)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부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뒤늦게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경선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국민경선은 상향식 공천방식으로 정당 민주화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당원 중심의 돈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오점(汚點)도 남겼다.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매김=가장 큰 성과는 정치에 불만이 가득했던 국민이 새로운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30~40대가 정치에 적극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새로운 흐름으로 기록될 만하다. 민주당 국민선거인단 신청자가 1백60만명을 웃돌았고, 투표자 50% 이상이 30,40대인 것은 주목할 일이다.

특히 후보를 상향식으로 뽑게 된 것은 진일보다. 한신대 조정관(曺定官·정치학)교수는 "국민경선을 계기로 지방자치 단체장 후보도 상향식 공천을 하고 있다"면서 "국민선거인단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어떤 후보도 선거구민과 국민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활동이 본격화된 것이 또 다른 변화다. '노풍(風·노무현 지지 바람)'의 핵으로 떠올랐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가 정치세력화 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덕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책임한 비방과 언어폭력은 새로운 문제로 남았다.

◇절반의 성공=처음 시도된 정치적 실험인 만큼 다듬어야 할 부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경선과정에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7백93명의 선거인단에 2배가 넘는 운동원들이 달려들어 지지를 호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도 사퇴한 후보측 관계자는 "당시 제주에서는 선거인단에 뽑히는 것이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며 "선거인단 한명이 최소 1백만원 이상은 챙겼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 김영배(金培)대표권한대행은 "제주는 워낙 위법사례가 많아 정당한 표심이라고 볼 수 없다"고 문제점을 간접시인했다.

제주를 포함, 전국을 16개 권역으로 쪼개 치르다 보니 지역성향의 몰표가 나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金대행은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은 한번에 치르는 게 효율적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고 소개했다.

당 차원의 경선이긴 하지만 보다 투명한 선거관리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선거기간 중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표심(票心)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중앙당이 경선비용과 실제로 투표한 선거인단 중 당원 비율 등을 공개하는 것도 국민경선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다.

송상훈·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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