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도 우리식으로 거실 바닥에 앉아 기대기 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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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언제부터인가 모든 집 거실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가구로 인식될만큼 소파는 인테리어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흔히 소파를 서양 가구로 생각하지만 그 시작은 아랍인이었답니다.

아랍인들은 사막 한가운데 천막집 안에 카페트를 바닥에 겹겹이 포개어 놓은 후 벽과 접한 가장자리에 푹신푹신한 쿠션 여러개를 놓았습니다. 그것이 소파였습니다.

아랍인들의 소파는 에로틱한 분위기와 함께 편안한 기능까지 제공한 훌륭한 가구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소파는 아랍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유럽인들은 불결한 바닥을 싫어했기 때문에 몸을 가급적 바닥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소파를 변용했습니다.

바닥에서 시작한 아랍인의 소파를 유럽인들이 다리를 가진 오늘날과 같은 모양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소파는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좀더 편한 방향으로 발전한 기능적 도구입니다. 한때 유럽에서는 기능성 외에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도구로 소파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다시 현대에 와서 편리함과 편안함이라는 기능적 목적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소파 위에 앉기 보다는 아랍인들이 그랬듯이 마루바닥에 바로 앉아 소파 다리부분에 등을 기대는 행동을 자주합니다. 그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바닥에서 멀어지기 위해 고안해낸 물건을, 바닥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사용하며 나타난 매우 특별한 모습입니다.

우리들 집에는 유럽인들이 쓰는 것과 같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물건을 가지고도 우리는 그들이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식으로 사용합니다. 소파를 살땐 소파 위에 앉아 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진짜 생활을 생각한다면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댈 때도 편안한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구는 우리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최우선의 역할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만약 이런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우리의 선택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 루이 16세 시대 풍을 조잡하게 따라한 소파가 아무런 이유없이 잘 사는 집 거실 한가운데 놓이는 일도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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