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행사 열기 대조적 지용 '들썩' 소월 '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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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02년생 동갑내기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김소월(~34)과 정지용(~?)이 올해 탄생 1백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두 시인의 추모행사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부익부 빈익빈'의 모습을 띠고 있다.

정지용의 경우 탄생일인 5월 15일을 전후로 서울과 고향 옥천 등지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예정돼 있다.

반면 소월은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오는 9월에 여는 탄생 1백주년 문인 6인 기념 행사 중 한 명으로만 다뤄질 뿐 독자적인 추모행사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탄생 1백주년 기념 행사가 연초부터 여러 문학 단체들에 의해 준비돼 왔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어디에서도 소월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대조적 분위기의 이유로 두 사람의 고향과 문단 활동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충북 옥천이 고향인 지용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추모제를 열고 있지만 소월은 이북(평북 구성)이 고향이라 그런 혜택을 전혀 못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월은 문단 내에서의 교우가 거의 없어 시적으로는 후대의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김소월 사단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반면 지용은 이화여전 교수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이상과 청록파 3대 시인을 등단시키는 등 후학을 많이 길러냈다. 김광균·구상·박두진씨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88년 만들어진 '지용회'는 현재 8백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로 월북 작가로 알려진 지용이 88년 4월 1일에서야 해금(解禁)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즘과 전통주의 두 갈래 경향을 대표하는 지용과 소월의 위상을 고려할 때 소월에 대한 '푸대접'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진달래꽃'을 위시한 소월의 시들은 한국인들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도 가장 높다.

서울대 오세영(국문학)교수는 "지용은 월북했다는 오해를 받아 잊혀졌다 해금되면서 부각됐다. 한국의 분단 상황과 맞물리며 극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지용의 위대함에 비춰보면 지금의 추모행사도 부족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소월을 추모하는 문학회 하나 없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지용 추모행사는 다음달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 지용제'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9~12일 옥천읍 일원에서 '지용제'가 열린다. 제 14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는 김지하 시인이 선정됐다.

<관계기사 19면>

6월에는 지용이 유학시절 대표작 '향수'를 발표했던 일본 교토시에 시비가 건립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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