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불안 "무조건 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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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 6일째 떨어지자 국내에서도 외국인들이 매물을 늘리면서 종합주가지수는 25일 전일보다 43.11포인트(4.71%) 급락한 872.58로 마감했다.지난해 9·11 미국 테러사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코스닥지수도 3.75포인트(4.72%)나 떨어진 75.73을 기록했다.5일째 하락이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종합지수 900선이 맥없이 무너짐에 따라 연 6개월째 가파르게 올랐던 주가가 드디어 조정 다운 조정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1천6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재촉했다. LG화학의 LG석유화학의 지분 인수로 불거진 기업 신뢰성 문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국내 기관이 1천3백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7개월 만에 음봉이 나왔다. 음봉이란 주가지수 그래프 상에 나타나는 막대로, 월초보다 월말 주가가 낮으면 나타난다. 반대로 월초보다 월말 주가가 높으면 양봉이 생긴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양봉이 나왔었다. 1986년 중반에 6개월 연속 주가가 오르면서 6개의 양봉이 나온 이래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만 나홀로 상승해온 점과 미국 증시의 불안정 등이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상무는 "과속에 따른 속도 조절로 보인다"면서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6월에는 주가가 강한 반등세를 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한빛증권 신성호 이사는 "미국 증시의 안정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며 "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끝나가고 미국 주가가 지난달 이후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인 만큼 반등할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증시를 받쳐왔던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약세 전환과 LG화학의 석유화학 지분 취득 등도 악재로 꼽힌다.

대우증권 김성주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전자의 강세로 인해 착시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즉 지난 24일 주가지수는 915였지만 여기서 삼성전자를 뺀다면 지수는 860선으로 내려앉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투신운용 구재상 대표는 "주가지수가 850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지수가 850선에 접근하면 매수해도 무방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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