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장기 이렇게 생겼구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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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7개월 된 태아가 들어 있는 배를 열어 보이는 임신부, 뇌와 전신이 연결된 신경계통이 보이는 남성의 전신, 담배를 피워 시커멓게 변한 허파와 정상 허파….

지난 17일부터 서울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www.bodyworlds.co.kr)'의 관람객들은 1백50여점의 실물 인체표본 앞에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든 표본이 기증된 시신으로 만들어진 데다, 인체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정교하기 때문이다.

장상구 서울과학관장은 "혈관의 분포를 보여주는 표본의 경우 앙상한 뼈 위에 근육은 하나도 없고 혈관만 보이도록 처리됐다"며 "인체 구조를 부위별·기능별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신체 기능별로 나눠져 있다. ▶운동계통▶신경계통▶호흡기계통▶순환계통▶소화기계통▶비뇨생식계통▶태아의 발생 등이 주요 전시 테마다.

주제별로 작은 부위에서부터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단계화했다. 운동계통의 경우 손목이나 발목뼈가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 뒤,전신 골격 단계로 넘어간다.

태아가 성장하는 과정도 배아에서부터 태아로, 임신부 자궁 등으로 전시물이 이어지도록 했다.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뒤 8주 이하짜리를 성장단계별로 10개, 태아는 3개월부터 8개월까지 개월별로 5개를 전시했다.

이를 보면 태아가 수정에서부터 태어나기 직전까지 변하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호흡기 계통이나 소화기 계통 등도 마찬가지다.

병이 든 장기와 정상인의 장기를 비교해 전시한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암에 걸린 간과 유방, 위궤양을 앓고 있는 위벽 등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뇌가 없는 태아, 두 명의 태아가 붙은 샴쌍둥이도 실감을 더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표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티네이션이라는 특수 시신보존법 덕이다. 1977년 독일 군터 폰 하겐스(57)박사가 개발한 방법으로, 인체의 수분·지방을 실리콘 고무·에폭시 수지·폴리에스테르 등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 기술로 시신이 창을 들고 있거나 달리는 자세 등 역동적인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또 실내에 전시해도 썩거나 변하지 않는다. 전시물은 그가 설립한 플라스티네이션연구소가 만든 것이다.

전시물은 주제별로 돼 있기 때문에 설명서를 보면서 작은 부위부터 전체로 넘어가며 단계적으로 보는 것이 인체를 탐험하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전시기간은 내년 3월 2일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중·고생 6천원, 초등학생 5천원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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