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카드 VS 대가족 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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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김혜자·최진실·정성주가 다시 뭉쳤다=MBC는 오는 28일부터 새 주말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저녁 7시 50분)를 방영한다. 1999년 '장미와 콩나물'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출연했던 김혜자·최진실씨, 작가 정성주씨가 3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느림의 미학'. 제작진은 이 표현으로 드라마의 성격을 설명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약아빠져야 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각박함 속에서, 생긴 대로 천천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속도 중독증에 걸리지 않았어도 사랑과 행복을 낚아채는 삶이 김혜자씨의 가정 속에서 구현된다.

이 드라마에선 2년6개월간 시청자 곁을 떠났던 최진실이 영리한 조선족 처녀 '이옥화'역으로 나온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화자(話者)다. 그녀는 상하이에서 한국 가수의 공연을 취재하러 온 스포츠 신문 기자 조기원(류시원)의 통역을 하면서 합법적으로 한국에 오게 된다. 반면 기원의 고모로 나오는 김혜자는 세속적 가치 기준에 둔감한 만년 소녀.

최근 촬영에서 최진실은 완벽한 옌볜 사투리를 구사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사투리에 능한 동료 연예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피나는 연습을 한 결과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듯 카메라가 반갑더라고요. 남편도 뒤에서 적극 밀어주고 있어요. 느낌이 좋은데, 뭔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우리 3대의 자화상=SBS가 오는 27일부터 방송하는 '그 여자 사람잡네'(밤 8시 45분)는 다른 시대상 속에서 성장한 3대의 삶과 사랑 이야기.

생존에 대한 절절함으로 풀뿌리 같은 절약정신이 몸에 밴 1세대, 자수성가와 졸부로 대변되는 2세대, 보수·개혁·자유분방함으로 표현되는 3세대의 철학을 담았다.

특히 이 드라마에선 가난하지만 야심 있는 한복녀(강성연)와 부잣집 외동딸 백상아(한고은)가 오천수(김태우)를 놓고 벌이는 사랑과 배신이 큰 줄기를 이룬다. 여기에 가난한 집안의 맏이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김치공장 일을 돌보는 장남 오만수(손현주)와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동생 오천수, 천방지축인 막내 오백수(성락만) 등 상반된 삼형제의 갈등이 극적 재미를 높인다.

성준기 PD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궁극적 목표"라며 "이 큰 구조에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 애정이란 양념을 쳤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MBC와 SBS가 인기 주말극 '여우와 솜사탕'과 '화려한 시절'의 후속작을 잇따라 선보인다. 두 방송사 모두 전 작품의 인기 관성(慣性)을 기대하고 있다. MBC는 '만인의 연인' 최진실 카드를 빼들었고, SBS는 핵가족 시대에 거꾸로 3대(代) 대가족이란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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