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의 아름다운 도전 장동건씨,김기덕 감독 저예산영화 출연 출연료 자청해 깎으며 "제작에 써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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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영화배우 장동건이 '나쁜 남자'를 연출한 김기덕 감독의 신작 '해안선'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충무로에서 화제다. 장동건은 '친구''2009 로스트 메모리즈'등 전국적으로 수백만명을 동원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연이자 한석규·유오성 등과 함께 '특 A급'으로 꼽히는 배우다.'캐스팅됐다'가 아니라 그가 영화를 '캐스팅했다'는 표현이 더 걸맞을 그가 비주류 감독의 대명사격인 김감독과 손을 잡았다니 다들 놀라는 표정이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동건은 '해안선'의 예산 7억원에 맞춰 개런티를 깎겠다고 자청했다. 그의 출연료는 못 받아도 2억5천만~3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A급 배우들에게 적용되는 러닝 개런티(흥행수익에 비례해 받는 출연료)까지 합치면 최소한 5억원은 받을 수 있다. 이번 계약금은 1억원에 못 미치는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깎인 출연료만큼 제작비가 생산적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고 한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기 때문에 삭발까지 해야하느니만큼 그가 유·무형으로 무릅써야 하는 위험은 상당하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독립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가령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핼리 베리는 '스워드 피시'등 블록버스터에 출연했고 현재 찍는 작품도 007 시리즈 20탄인 '다이 어너더 데이'이지만, 4백만달러(약 52억원)짜리 저예산 영화인 '몬스터스 볼'에 나와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다.

'해안선'의 제작사 LJ필름 이승재 대표는 "흥행 논리에 따르자면 불가능할 이들의 만남이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성공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동건이 김감독과 만나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의 '벤처 정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올초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개봉 전에 만난 그는 '배우는 대중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가'로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으리라 짐작되는 이번 출연 결정이 다른 배우들에게도 자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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