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공개 못한 설훈 외부서 정보 제공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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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설훈 의원은 요즘 준(準)잠적 상태다.

23일 오전 7시쯤 집을 나온 薛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르지 않았다. 벌써 사흘째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薛의원은 이날 오후 4시쯤에는 시내 모호텔에서 머물렀으나 薛의원을 수행하고 있는 비서는 "연결시켜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23일 본사 기자가 집앞을 밤 늦게까지 지키자 겨우 통화가 가능했다. 전화도 선택적으로 받고, 접촉 인사도 여권 내 일부 인사들에 국한하고 있다.

대신 薛의원은 당 부대변인 등을 통해 일방적 입장만 전달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이명식 부대변인을 통해 "증인은 이미 확보돼 있다"고 장담했고, 22일에는 김현미 부대변인을 통해 "테이프를 가진 사람을 설득 중"이라고만 알려왔다.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국회를 마다하고 당 기자실로 찾아가 의혹을 폭로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을 사생결단의 장으로 만들어 놓고 정작 본인은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薛의원은 "제보자와 대면해 정황을 자세히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한 측근은 "답답하다, 1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중간에서 테이프의 존재를 얘기하면서 '테이프를 가진 사람이 도와줄 것 같다'고 해 믿고 발표한 것"이라며 "파문이 커지자 그 사람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결국 메가톤급 사안을 폭로하면서도 薛의원이 직접 테이프의 존재나 내용을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측근은 "'1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당원이냐"는 질문에 "넓게 보면 당 사람"이라고 말해 여권 인사라는 느낌을 줬다.

당내에선 "특급 소방수 薛의원이 불을 지른 셈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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