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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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맛과 향이 독특한 부추의 다른 이름은 기양초(起陽草)다. 양기를 북돋워주는 풀이라는 것.

스님 등 수도를 하는 사람들은 부추·마늘·파 등 맵고(辛) 냄새나는(暈) 식품을 멀리 했다. 신훈(辛暈)음식이 정력을 증강시켜 수행을 방해한다는 것인데 사찰 문앞에 '불허 훈주입산문'(許 暈酒入山門)이라고 쓴 것도 이 때문이다.

부추는 한국·중국·일본 3국에서만 식용·약용으로 쓰인다.서양에서는 재배되지 않는다. 지방에 따라 부채·부초·솔 등으로 불리는데 마늘·양파와는 '사촌간'이다. 한해 최대 열번까지 채취가 가능하나 봄에 나오는 '초벌'(처음 나온)부추가 연하며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

인제대 식품과학부 송영선 교수는 "부추는 식이섬유(말린 부추의 35%)가 풍부하고 베타카로틴·비타민C·B2·칼슘·철·항(抗)산화물질인 플라보노이드 등이 많이 든 녹황색 채소"라고 말했다. 나아가 주로 해산물에 있는 타우린(간기능 개선효과)까지 함유돼 있다는 것.

송교수는 당뇨병에 걸린 쥐에 부추를 먹였더니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졌다며 당뇨병·동맥경화·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탈리아의 역학조사에선 마늘·부추 등의 섭취가 많은 지역에서는 위암 발생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국립암연구소저널 1989년).

한방에서는 보혈·청혈·구충·이뇨·건뇌·건위·강심·진통·해독을 위한 약재로 쓰인다. 중풍·치질·당뇨·치루·타박상 치료 때도 이용된다. 중약대사전에는 "강장·해독·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부추는 온신고정(溫腎固精)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비뇨생식기 기능을 높인다는 뜻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부추는 성질이 따뜻해 허리·무릎은 덥게 하고 위의 열기는 없애주며 가슴 답답함을 없애준다(동의보감)"며 "채소 중에서 가장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늘 먹어도 이롭다"고 조언했다. 몸이 차서 배탈이 잘 나거나 무릎이 시린 사람에게 권할만한 채소라는 것.

이원장은 감기 기운이 있거나 체해 설사할 때 부추를 된장국에 넣어 먹고,구토가 날 때는 즙을 만들어 생강즙을 조금 타서 마시라고 권했다.

또 양기가 부족할 때는 부추씨를 볶아 먹으면 좋고 산후통이 있을 때는 감초와 함께 달여 먹으라고 했다.

그러나 부추도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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