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늑대’ 매크리스털 경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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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스탠리 매크리스털(사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이 경질 위기에 몰렸다. 그는 격주간지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의 아프간 정책을 비판했다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부터 전격 소환됐다. CNN 등 미 언론은 “이미 구두로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와 불편한 관계”=롤링 스톤은 매크리스털을 밀착 취재한 뒤 ‘통제 불능의 장군’이란 기사를 실었다. 그가 오바마를 비롯한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불편한 관계여서 ‘광야에 혼자 선 외로운 늑대’와 같다고 표현했다. 먼저 매크리스털이 사령관에 기용돼 백악관에서 오바마를 만날 때의 일화가 소개됐다. 매크리스털 측근은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은 10분간 사진 찍는 게 전부였는데 오바마는 매크리스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전혀 없었다”며 “아프간 전쟁을 이끌어갈 사람이 거기에 있는데 오바마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여 내 보스(매크리스털)는 적잖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매크리스털은 지난해 가을 조 바이든 부통령이 주장한 아프간 대테러리즘 전략을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매크리스털과 측근들은 또 사석에서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1985년에 갇혀 있는 광대”,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 담당 특사를 “언제 잘릴지 몰라 초조해 하는 상처 입은 동물”로 불렀다.

◆“경질 포함 모든 옵션 열려 있다”=오바마는 기자들에게 “매크리스털 이 등장한 잡지 기사를 보고 그의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질타했다. 경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오바마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그와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백악관은 “매크리스털이 23일 열리는 아프간·파키스탄 전황 관련 월례회의에서 발언 내용을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사를 보고 진노했다. 경질을 포함해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매크리스털에 대해 신뢰를 표시하며 그의 경질에 반대한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

◆대테러 전문가 매크리스털=특수전에서 잔뼈가 굵은 매크리스털은 대테러전 전문가다. 2003년 그가 지휘하는 부대는 이라크의 오두막에 은신해 있던 사담 후세인을 생포해 각광받았다.

그는 지난해 5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임명된 데이비드 매키어넌 사령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아프간전 지휘의 중책을 맡았다. 당시 미국 내에선 “한국전 때 맥아더 사령관 교체 이후 전쟁 도중 지휘관을 교체한 것은 처음”이란 논란이 일었다. 사령관 교체를 넘어선 민·군 갈등이야말로 1951년 한국전쟁의 방향을 놓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이 충돌을 빚은 뒤 처음이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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