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꿩 먹고 알 먹는 미 대학 분교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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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들을 설득하려면 미국의 국내 현안을 한·미 FTA로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얼마 전 이곳 뉴저지 주립대의 경영대 전체 교수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한결같이 학교 재정난에 대한 것이었다. 뉴저지주는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주와 함께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몇몇 다른 주립 경영대는 교수들이 전원 해직된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미국 주립대학들은 재원 확보 방안으로 해외 진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진출 대상 지역은 아시아, 특히 중국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중국에는 이미 300개가 넘는 미국 대학들이 현지 대학과 협정 또는 단독 진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저지 주립대도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는데, 허가 연장을 위해 담당행정관을 만나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 미국 대학에 중국은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경영대 분교를 설립해 중국 학생들을 유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각지에서 쉽게 와 미국 MBA 학위를 딸 수 있는 요충지다.

그러나 막상 한국 내 분교 설립을 위해 한국의 교육 규제들을 검토하자, 앞이 탁 막혔다. 우선 경영대 수요가 많은 서울에 분교를 설립할 경우 미국 본교에 수익금을 보낼 수 없다. 본국 송금은 경제자유구역에만 허용된다. “그럼 우리가 왜 가야 하느냐”는 학교 담당자의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본교 경영대의 경우 미국 교수들이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에 직접 가서 집중 수업으로 9일 만에 한 학기 과정을 끝낸다. 학생들은 1년 만에 MBA 학위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또한 학사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한국에선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해외 유학연수 비용으로 지난 17년간 40조원에 달하는 외화를 썼다. 한국엔 심각한 문제지만, 미국 입장에선 최고의 비즈니스 기회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미국 교육 서비스 제1의 소비자였다. 그렇다면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FTA를 통해 미국 주립대의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에게 득이 되도록 해야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다.

미국과 쇠고기나 자동차 추가 협상보다는 교육 규제 완화를 통해 한·미 FTA를 실현시키고, 미국 대학 분교도 한국 여러 곳에 유치하자. 서울은 경영대, 세종시와 새만금은 이공계 대학이 유망하다. 이미 인천 송도 글로벌 캠퍼스에 6개 미국 대학이 들어오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미국 유명 대학의 분교가 많이 들어오면 해외 유학비용 절감, 국내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 해외 인재 확보 및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다. 기러기 아빠로 상징되는 유학 문제를 한·미 FTA 비준의 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남성준 뉴저지 주립대 경영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