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한발 빼나 "테이프 직접 안들었고 소지자가 공개 망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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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19일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거액 수수설을 제기한 민주당 설훈 의원이 주말을 고비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문제의 녹음 테이프에 대해서도 다소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현재 사안의 핵심은 '테이프는 있는가'와 '있다면 薛의원이 가졌는가'다.

진실이 무엇이냐에 따라 전총재와 薛의원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는다. 따라서 薛의원의 이런 모습은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일 저녁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난 薛의원은 "테이프는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으며 녹취록도 준비돼 있다"며 "다음주 초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당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어 "테이프를 들어보면 전총재가 윤여준 의원을 통해 최규선씨의 돈을 건네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薛의원이 테이프를 직접 들어봤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21일 전화통화에서 薛의원은 "테이프를 직접 들어봤느냐"는 질문에 "유감스럽게도 내가 직접 듣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주초에 공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테이프를 가진 사람이 당초 공개를 굳게 약속했는데 예상 외로 사태가 커지자 심적 갈등을 겪으며 공개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薛의원은 이어 "직접 연락은 안되고 간접 연락만 계속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사람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결심만 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능성은 두가지다. 薛의원이 '녹음 테이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한나라당을 유인하기 위해 전술적 차원에서 한 발 빼는 것일 수 있다.

반대로 녹음 테이프가 아예 없거나, 입수가 불가능해졌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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