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쓰레기 매립지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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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싱그러운 19일 정오. 서울 상암동 난지도의 '월드컵 공원'에는 형형색색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유치원생들은 넓은 공원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잔디밭에는 소풍 나온 가족들이 도시락을 펼쳐놓고 봄을 즐겼다.

유치원 인솔교사인 김미진(29)씨는 "도심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치원 꼬마들도 "선생님,다음에 또 와요"라고 조르며 김씨를 졸졸 따라다녔다.

월드컵 경기장 관람을 마친 외국인 관광객도 월드컵 공원을 거닐며 놀라는 표정들이다. 중국에서 온 치밍(34·무역업)은 하늘공원을 가리키며 "한때는 쓰레기산이었다고 하는데… 서울 시민이 부럽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공식 개장하는 난지도의 '월드컵 공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1백5만평의 월드컵 공원은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나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못지 않은 규모다.이곳에는 평화의 공원과 하늘공원·노을공원·난지천공원 등 저마다 테마를 가진 공원들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바로 옆의 한강변에는 유람선 선착장까지 마련된 난지한강공원이 조성된다.

월드컵 공원의 중심은 하늘공원이다. 1978년부터 지난 93년까지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현장이다. 통나무로 만든 계단과 산책로를 따라 해발 98m인 정상에 올라가면 가슴이 탁 트인다.

북쪽에는 북한산, 동쪽에는 남산과 63빌딩,남쪽에는 한강, 서쪽에는 행주산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속까지 시원한 강바람도 빼놓을 수 없다.

하늘공원 정상의 5만여평 초지에는 볼거리가 곳곳에 있다. 방문객 센터로 사용될 통나무집은 지붕에 흙을 덮어 각종 꽃과 식물을 키우고 있다. 초속 4m의 강바람으로 돌아가는 발전용 풍차도 다섯대를 설치, 공원 내 가로등의 불을 밝힌다.

하늘공원 건너편의 노을공원에는 대중 골프장 건설이 한창이다. 일반 골프장의 절반 규모인 9홀짜리다. 내년 4월에 문을 열 예정이며, 이용요금이 1만5천원 정도로 저렴한 데다 골프채와 장갑·신발 등 각종 장비도 빌려줄 것이라고 한다. 사업소측은 "비료 대신 토양 미생물을 이용해 환경 친화적으로 골프장을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난지천 공원에선 하천을 중심으로 7만3천평의 부지에 마련된 다양한 운동시설이 눈길을 끈다. 7.2㎞에 달하는 산책로는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 마라톤 코스로도 그만이다. 잔디가 깔린 다목적 운동장에는 장애인 구기장과 게이트볼장 등이 마련된다. 하천에는 쓰레기 침출수의 유입을 막아 물고기도 찾아볼 수 있다.

월드컵 경기장 정면으로 펼쳐진 평화의 공원은 월드컵 개막 전야제가 열리는 곳이다. 8천7백여평의 광장과 7천4백여평의 인공호수가 조성됐다. 소풍 나온 가족들을 위해 공원에는 40여개의 멍석도 깔려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공원 내에 무료 셔틀버스 석대를 20분 간격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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