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스쿨버스' 저자 콜· 디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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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신기한 스쿨버스』(비룡소) 시리즈의 저자 조애너 콜(60)과 브루스 디건(59)은 어린이 과학책의 개념을 바꿔놓은 사람들이다. 부스스한 붉은 머리에 요란한 옷차림의 프리즐 선생님이 아이들을 마법의 스쿨버스에 태우고 사람의 몸 속, 태양계의 별들, 공룡들이 살았던 시대 등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이 시리즈는 ‘풍부한 정보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 사례다.

책은 1986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수십개국에서 번역돼 지금까지 5800만권 가량이 팔렸고, 국내에서도 모두 40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교사 출신인 이들은 책 한 권 만드는 데 2년씩 걸릴 정도로 철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꼭 답사를 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미국 내 최대 교육단체인 전미교육협회는 지난 3일 공교육에 공헌한 공로로 콜과 디건을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상식에 앞서 지난 10일 저자들을 워싱턴 DC 컨벤션 센터에서 만났다.

-수상을 축하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상을 받았나.
(브루스 디건) “고맙다. 하지만 솔직히 하도 많은 상을 받아서 얼마나 되는지 셀 수 없다.(웃음) 이번 상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교사들이 가입한 단체에서 주는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스쿨버스’는 딱딱한 과학책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발상의 전환인데,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조애너 콜) “그 책의 아이디어는 사실은 아이들의 것이다. 나는 그 전에도 여러권의 과학책을 써 왔다. 남들이 쓴 것과 마찬가지로 따분하고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장 조사를 한 출판사측에서 ‘어린이들은 재미있는 과학책을 원한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마법의 스쿨버스가 탄생한 것이다.”
(디건) “어떤 선생님은 실험도 해봤다고 한다. 태양계를 가르치면서 한쪽 반 아이들에겐 ‘스쿨버스’책을 읽게 하고, 다른 반 아이들에겐 일반 과학책을 읽게 했다는 것이다. 결과는‘스쿨버스’를 읽으며 공부한 아이들이 태양계에 대해 훨씬 많이 기억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직접 그 장소로 간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게 아닌가 싶다.”
-‘스쿨버스’는 프리즐 선생님이라는 독특한 인물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선생님의 모델이 있는가.
(콜)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과학선생님이다. 그분은 알록달록한 옷차림도 아니고, 이상한 구두를 신지도 않고, 우릴 데리고 여행을 하신 건 아니지만 과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다. 난 그분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
(디건) “그림은 내가 그렸는데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을 생각했다. 키가 아주 작으신 분이었다. 난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분은 가르치실 때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
-둘이서 20년 가까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서로 갈등은 없나. 부부도 싸우기 마련인데.
(디건)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안 싸운건 부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웃음) 우린 서로 토론을 많이 한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는 2년가량 걸린다. 콜이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며 책을 쓰는 게 한 1년쯤 걸리고, 그 뒤 내가 콜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림을 그릴까 상의하는데 다시 1년이 걸린다.”
-지금까지는 과학책을 출간했는데 이번에는‘역사여행’시리즈를 시작했다. 과학과 역사는 완전히 다른 분야가 아닌가.
(콜) “그렇다. 과학은 사실, 역사는 해석과 관련된 것이니까. 하지만 새로운 시리즈는 역사적 사실과 문화 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적인 입장이나 해석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디건) “우리 책에서 유머는 중요한 활력소다. 한데 역사여행 시리즈에서는 유머를 사용하기가 훨씬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된 유머를 사용하면 그 문화권의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기행은 나라별로 하는 건가.
(콜) “아니다. 주제별이라는 게 맞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집트의 문명, 중세의 성곽, 중국의 황제들에 대해 썼다. 다음번엔 고대의 위대한 탐험가들에 대해 쓰고 싶다.”

새 시리즈는 국내에서 『프리즐 선생님의 신기한 역사여행』으로 출간됐으며 현재 이집트 문명과 중세 성을 각각 다룬 2권이 나와 있다.

워싱턴 = 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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