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군납에 수십억달러 '검은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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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형 군납업체인 보잉사와의 검은 결탁으로 미국 공군의 꼴이 말이 아니라고 뉴욕 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정 군납계약에 관련된 검은돈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며, 그로 인해 공군 지도부가 속속 옷을 벗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시민단체인 '상식있는 납세자들의 모임'은 이번 비리를 '공군판 엔론 사태'라고 비꼬고 있다(엔론 사태는 2001년 에너지 회사인 엔론이 수백억달러의 빚을 안고 파산한 초대형 회계부정 사건).

보잉은 매출(지난해 505억달러)의 절반 정도를 국방부 납품에 의존하고 있다.

비리의 중심에는 공군에서 오랫동안 무기조달업무를 총괄했던 달린 드러연(57.여)이 있다. 2002년 봄 미 공군은 100대의 공중급유기 입찰을 실시했다. 드러연 당시 조달담당 부차관보는 보잉에 유럽의 에어버스사 입찰정보를 알려줬다. 그 결과 보잉은 손쉽게 200억달러어치를 수주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드러연은 33년 간의 국방 공무원 생활을 접고 보잉사의 미사일방어(MD)체계 담당 부사장이 됐다. 딸과 사위도 보잉사에 취직시켰다. 드러연은 재판에서 이런 혐의를 대부분 인정, 현재 9개월 옥살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공군은 부정이 드러연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비리를 캐는 주역인 상원 군사위원회의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의원은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매케인은 한달 전 제임스 로치 공군장관을 하차시켰다. 그 보좌관도 물러났다. 공중급유기 계약을 보잉이 딸 수 있도록 로치 장관이 바람잡이 역할을 한 e-메일을 상원 조사위가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이번 비리 조사는 2년 전 매케인 의원에 의해 시작됐다. 앞으로 10년간 모두 1000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보잉767 공중급유기 입찰계약 서류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한 때문이다. 1997년 9월부터 4년간 드러연이 주도했던 입찰 11건(330억달러)이 현재 상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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