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82세 신랑 28세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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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해 82세인 양전닝(楊振寧.(左)) 칭화(淸華)대 교수의 재혼(再婚)이 중화권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그가 화교(華僑)로는 처음 노벨상(195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석학인 데다 신부의 나이가 그보다 무려 54세나 적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발행되는 잡지 '지식통신 평론'은 "양 교수가 최근 몇몇 지인에게 e-메일을 보내 '다음달에 재혼하겠다'고 알렸다"고 17일 보도했다. 상대는 중국 광둥(廣東)출신으로 이혼 경력이 있는 웡판((右).翁帆.28). 현재 광둥 외국어.대외무역 대학에서 물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내년에 졸업할 예정이다.

양 교수는 지인들에게 웡판을 "친밀하고 편안하기 짝이 없는 '천사'다. 하늘이 늙은 영혼에게 내린 마지막 선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춘이 되돌아오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여름. 양 교수는 당시 부인과 함께 산터우(汕頭)대에서 열린 국제 물리학자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영문과 1학년의 앳된 여학생이던 웡판은 중국어가 서툰 양 교수 부부를 안내하는 가이드를 맡았다. 양 교수는 "영어를 잘 하고 아름답고 성격이 활발하면서 온화한 성격이어서 우리 부부가 모두 좋아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웡판이 지난 2월 양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며 급기야 지난달 약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양 교수는 지난해 10월 부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상태다.

양 교수는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정신과 더 관계 있는 것"이라며 "나는 젊은 마음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의 자녀들은 2남1녀. 모두 불혹을 넘긴 40~50대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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