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폭력성에 기대는 KBS'개그 콘서트' 건강한 웃음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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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KBS '개그콘서트'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기존의 코미디 프로와 차별되는 신선함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요일 밤 한가족을 TV 앞에 모여들게 하고 있다. 유치원생·초등학생 등 어린이들에게 '개콘'의 인기는 가위 폭발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개콘'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시청자가 많아졌다. 도를 넘어선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 때문이다.

특히 지난 14일 밤 방영된 내용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정도를 지나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방송이 나간 후 홈페이지에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했다"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하루에만 수십건씩 쏟아졌다.

'봉숭아 학당'에서 여자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어대거나 두 남자 개그맨의 뺨을 철썩 때리는 장면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웠다. 황마담이 맹구의 뺨을 실제로 때리고, 같은 반 친구가 맹구의 머리를 칠판에 마구 찧는 모습은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할 수 없는 폭력 그 자체였다.

여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 등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온 선정적인 장면도 문제다. 3대(代) 바보 부자의 대화를 엿보는 '바보'코너에서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각각 아들에게 입맞춤을 하는 뜬금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황마담이 한복의 우수성을 자랑하며 "뽕브라를 안해도 된다"거나 하니가 "가슴이 담벼락이라 아무나 낙서를 한다"고 한 말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제작진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김석현 PD는 "개그맨들이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정도를 지나친 장면이 나온 것 같다"며 "개그콘서트의 강점인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의 성공 전략은 참신함에서 비롯된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도 아이디어만 기발하면 전격 발탁되고 아무리 인기를 끄는 코너라도 함량이 떨어지면 매정하게 '편집당한다'. 이런 살벌한 경쟁 시스템이 남녀노소 막론하고 인기를 구가하는 비결이다.'개콘'팀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다시금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길 바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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