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대행 잇따라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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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외환위기 한복판이던 1998년 10월 아파트도 아닌 오피스텔을, 그것도 1백평형이 넘는 비싼 물건을 팔겠다고 나섰죠.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했지만 밀어붙였습니다."

분양대행업체인 ㈜MDM의 문주현(文州鉉·44·사진)사장은 주위의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으며 분당 코오롱 트리폴리스 오피스텔 분양에 성공했다. 이 오피스텔 분양이 지금의 文사장을 있게 했다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그는 '팔리지 않는'상품을 '팔리도록'만드는 분양의 마술사로 통한다. 분당 트리폴리스가 그랬다. 특히 지난해 분양대행을 맡은 분당 파크뷰 아파트는 당시 죽어가던 시장을 살리는 불씨가 됐다.

분양대행시장은 연간 4천억원 규모이고 그는 이 업계의 정상을 달리고 있다. 서울 목동 하이페리온·분당 아이스페이스·한강로 메가트리움·죽전 포스홈타운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쳐 주인을 찾아갔다. 83년 27세의 늦깎이로 경희대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나이 제한 없이 직원을 뽑던 나산그룹에 몸을 던졌다.

나산그룹 안병균 전 회장과 함께 강남 테헤란로 개발에 손댄 것이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당시 거의 허허벌판이던 테헤란로에서 샹제리제 오피스텔 사업을 성공시켰다. 이는 위기에 놓인 그룹을 다시 일으킨 계기가 됐다고 한다. 94년엔 주거용 오피스텔의 효시인 '미씨 860'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입사 6년 만인 36세에 이사를 달았다.

나산 부도 이후 그간의 경험을 살려 98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10평 남짓한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분양대행업에 뛰어들었다. 단순 대행을 넘어 기획단계부터 깊숙이 개입하는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성공하려면 시행사·시공사·수요자 모두 이득이 되는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게 지론이고 분양대행을 맡을 때 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건설사가 상품을 놓고 고민할 때 그들의 머리를 대신하는 '건설사의 등대'가 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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