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대장 뿡뿡이'의 히어로 권 형 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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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한 연극배우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짜잔형' 권형준(32·사진)이다. 요즘 열살 미만의 어린이·유아들은 그와 친구하며 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1980~90년대가 '뽀미언니'(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진행자)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짜잔형의 시대다. 짜잔형은 EBS의 인기 유아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의 진행자 별명이다.

비행기 조종사가 쓰는 고글(안경)에다 가로 줄무늬 셔츠, 녹색의 7부 멜빵바지. 이게 짜잔형의 모습인데, 권형준의 평상시 스타일도 이를 닮았다. 차림새조차 서른살이 넘은 가장 답지 않게 아동스럽다.

"연극만 하려고 맘 먹었던 제가 2년 전 우연히 이 역을 맡게 됐을 때는 좀 속상했어요. 결혼 직전이라 장인어른께 드릴 좋은 선물로 생각해 출연 결심을 했습니다. 돈벌이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방송에 관한 이야기가 좀 길었다. 그러나 뮤지컬배우 권형준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뿡뿡이' 이야기는 필수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그의 순진무구한 일상은 곧 인간 됨됨이의 일면까지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작은 행복'의 실천가, 그게 권씨다.

권씨가 이번엔 'TV상자' 밖으로 나와 어린이들과 '생무대'에서 만난다. 동숭아트센터가 첫 어린이극 기획공연으로 선보이는 뮤지컬 '토토'(정태영 작·연출, 19일~5월 19일 동숭홀, 02-741-3391)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토토는 화성탐사선 KD1004호 선장으로 몸은 나약해 보이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소년이다. 전설의 워터볼의 비밀을 찾아내 쓰레기장이 된 화성을 구하는 전사다.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뿡뿡이'가 미취학 어린이들을 주대상으로 했다면 '토토'는 초등학교 2~3학년 취학 아동들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비록 매체가 다르더라도 예민한 감성의 어린이들에겐 이런 변화조차 낯설 수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역할 변화의 폭이 넓은 성인극에 비해 아동극은 이미지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도 권씨는 "환상적인 우주 유영(游泳) 장면 등 SF적인 요소에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 등이 가미돼 '뿡뿡이'보다 더 역동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권씨는 90년대 중반부터 학전의 뮤지컬에 단골로 출연한 '정통 학전맨'이다. '개똥이''모스키토''의형제', 그리고 '지하철1호선'까지 두루 출연했다. 특히 '지하철1호선'에서는 안경·잡상인·빨래판 등 거의 전역을 섭렵했다. 다재다능이란 그를 위해 있는 말 같다. 외부 출연은 '토토'가 처음이다.

"'뿡뿡이'를 통해 이전엔 가보지 못한 곳(동심)을 가보았다"는 권씨에겐 갓 돌이 지난 아들이 하나 있다.

글=정재왈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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