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室長 … 정치개입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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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은 15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 정책특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기호(起浩)전 경제수석이 경제복지노동특보로 임명된 데 대해 "사상 최악의 인사"라고 비판하면서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현 정권이 비참한 말로로 향하고 있다""국민과 야당과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등 험한 말들이 총동원됐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논평에서 朴실장을 겨냥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 나라를 망쳐 놓은 대표적 인사""야당 탄압과 언론 탄압의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南대변인은 특보 임명에 대해서는 "불과 몇달 전 비리에 연루돼 물러났던 사람을 재기용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朴실장 기용이 "청와대의 정치개입과 정계개편의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대선 경선주자인 이회창(會昌)후보측 신경식(辛卿植)선대본부장은 "전윤철(田允喆)전 비서실장이 실무형이었다면 박지원씨는 정치실장"이라며 "朴씨가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를 띄운 이후의 마스터 플랜을 준비할 경우 정국 긴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부영(富榮)후보도 "朴씨는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DJ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출세해온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金대통령의 오기(傲氣)"라는 표현을 쓴 박관용(朴寬用)총재권한대행은 "金대통령이 자신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朴씨를 통해 정계 개편을 이루려는 것"이라며 정계개편 가능성을 염려했다. 南대변인도 "정권 연장에 눈이 어두워 국민 눈치를 보지 않고 인위적 정계개편과 비판 언론 길들이기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쇄신파인 김성호 의원은 "임기 말에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朴실장이 'DJ의 뜻'을 내세워 전횡을 일삼거나 호가호위(狐假虎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노풍(風·노무현 지지 바람)'에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므로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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