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피스 코리아" 봉은사 응원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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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열린 2010 북한-포르투칼전을 맞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마당에선 북한팀 거리 응원이 펼쳐졌다. 시민 단체 ‘진실을 알리는 시민모임’과 인터넷 방송 ‘라디오 21’이 개최한 행사로, 600여명이 모여 북한팀을 응원했다. 응원단 중엔 탈북자들도 적지 않았다.

붉은 옷을 입고 나온 이는 절반도 안 됐다.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들은 한 손엔 태극기, 다른 손엔 단일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를 외쳤다. 또 우리의 월드컵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를 패러디 한 '오 피스 코리아'를 외치기도 했다. 대형 한반도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스피커로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와 참가자들이 따라부르기도 했다. 응원도구로는 정대세의 사진을 들고 나온 사람들도 다수 보였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경기 시작 전 무대에 올라 “보수ㆍ진보를 떠나 정대세의 패스를 박지성이 골인시키고, 박지성의 패스를 정대세가 헤딩으로 골인시키는 그날이 통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응원단은 북한이 전반 첫골을 내 줄 때만 해도 “괜찮아”를 외쳤지만, 점수 차가 7대 0으로 점점 벌어지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경기가 끝나고 경내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흐르자 일부 참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훔쳤다.

새터민인 최모씨는 "지금은 한국에서 살지만, 북한이 고향이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진 거에 대해서 씁쓸한 기분은 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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