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상황 우려" 차베스 복귀 후 불편한 심기 노출 과도정부 지지 앙금 오래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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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권좌 축출을 환영했던 미국이 차베스 복귀 직후 공세적인 성명을 발표해 주목된다.

프레데릭 존스 국무부 대변인은 차베스가 복귀한 직후인 14일 "우리는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원칙이 복구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차베스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차베스 축출 직후에도 "이는 쿠데타가 아니라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정치적인 변화일 뿐"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차베스 정권이 위기를 자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베스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반면 '이틀 천하'로 끝나버린 페드로 카르모나 과도정권에 대해서는 재빨리 지지의사를 밝혔다.

차베스에 대한 미국의 반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차베스는 지난해 11월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테러를 테러로 대응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갈등관계인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가 하면,'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라크와도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차베스 정책의 좌파적 요소도 미국을 불편하게 만든 대목이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라틴아메리카연구소의 블라디미르 다비도프 소장은 13일자 이즈베스티야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정치·경제적 제재와 고위직 매수 등을 통해 차베스를 권좌에서 쫓아냈다"며 미국 개입설을 주장했다. 물론 미국의 개입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차베스 퇴진을 주도한 노동자 총연맹의 카를로스 오르테가 위원장이 지난 2월 워싱턴에서 국무부 관리들과 접촉한 것은 의혹으로 남아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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