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 노후생활 "부동산에 맡기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9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정년 퇴직자 등 노년층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퇴직금 등 여유자금을 은행에 맡겨두고 매달 이자를 받아 생계를 꾸려나가던 전통적인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실질금리 0%'시대에 돈 걱정없이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증권에 투자하자니 위험이 너무 크고, 은행에 돈을 맡겨 두자니 쥐꼬리만한 이자를 받아 세금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전문가들은 노년층도 내 몸에 맞는 재테크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안정적이면서도 고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실버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전통 임대 수익형 상품=주택 임대사업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노후 대책용 부동산 상품으로 자리잡아 왔다. 아파트는 물론 자신이 살고 있는 단독주택이나 근린주택 등을 개보수한 뒤 세를 놓아 고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 주택임대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도 대표적인 노후 대책용 상품으로 꼽힌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고정적인 임대수입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 4만5천여실이 공급됐고, 짓기만 하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자 도심 역세권 등에 제한됐던 공급지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주변에 사무실이 풍부한 역세권 중 20~30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내부 시설을 갖추고 있는 새 건물이 좋다"고 충고한다. 상가는 건물 임대 외에 자신이 직접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주변 상권이 활성화하면 나중에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역시 전통적으로 관심이 많은 상품이다.

◇새로 뜨는 틈새상품=노령층일수록 대도시의 찌든 생활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맞춰 직접 전원에서 생활하면서 일정한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상품들이 최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민박형 전원주택(펜션)은 주 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레저인구가 크게 늘고 있어 시장전망도 밝은 편이다.

외국인 임대용 빌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거주비율도 덩달아 늘고 있기 때문이다. 2년치를 한꺼번에 받는 임대료를 월세로 계산하면 35~40평형대는 서울 용산구 한남·이태원동 지역의 경우 월 3백50만~4백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극히 작은 틈새상품인 만큼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임대 수익률이 연간 10%이상이어서 안정적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외국인들의 취향이나 계약조건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 것이 좋다.

◇간접투자 상품=지난해 하반기부터 선보인 리츠(REITs)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관련 상품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배당하는 형태다. 부동산과 금융이 한데 묶인 상품으로 보면 된다.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상품이 별로 없지만 은행금리보다 수익률이 높고, 소액투자가 가능해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노년층에게 적합하다. 업계도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욕심은 금물=노후 대책용 부동산은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금성이 낮고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임야나 논·밭 등 투기적 요소가 있는 부동산은 피하는 게 좋다. 필요할 때 현금화하기 어렵고 세금 등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평소 부동산관련 투자상식과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황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