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이젠 필수 … 꼭 따져볼 두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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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암보험은 생명보험 업계의 천덕꾸러기였다. 암 환자가 워낙 빠르게 늘어 수지가 안 맞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잇따라 암보험 판매를 접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험사와 고객, 양쪽의 요구를 절충한 새로운 암보험이 나오고 있다. 갱신형으로 바꾸고, 보장 내용을 단순화해 보험사가 감수해야 할 위험을 줄였다. 그러자 고객들도 암보험에 다시 관심을 갖고 속속 가입하고 있다.

2003년만 해도 암보험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는 16곳이었다. 지금 그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대형 보험사들이 2006년 암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일부 중소형사도 이에 동참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신한·미래에셋·우리아비바·라이나·하나HSBC·AIA·kdb생명 정도가 암 전용 보험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다시 암보험을 팔기 시작한 곳이 나오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이달 초 ‘알리안츠케어암건강보험’을 내놨다. 2004년 판매를 중지한 지 6년 만이다. 이 회사 상품개발 담당 김순재 과장은 “고객들의 수요가 여전히 많은데 판매되는 암보험이 갈수록 줄어, 오히려 지금이 신상품을 내놓을 만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판매 건수는 1700여 건. 아직 초기지만,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4월 출시한 ‘평생보장 암보험’도 인기다. 두 달여 만에 5만 건 넘게 팔렸다. 기존 암보험의 상품구조를 바꿔 새로 내놓은 상품이다.


올 들어 나온 두 상품은 모두 갱신형이다. 계약을 갱신할 때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 들어온 보험료에 비해 나가는 보험금이 너무 커지는, 즉 ‘손해율’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해 보험사가 만든 안전장치다. 대신 보험료는 갱신형이 아닌 다른 암보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보장 내용에서도 기존 암보험과 차이를 뒀다. 알리안츠는 두 단계(고액암-일반암)로 나뉘던 암의 종류를 세 단계(고액암-5대암-소액암)로 조정했다. 5대 암(위·간·폐·췌장·쓸개암)이 아닌 일반암의 보장금액을 낮춘 것이다. 우체국 암보험은 수술비·통원치료에 대한 보장을 없앴다. 대신 암 진단 시 받는 금액은 전보다 높였다.

암환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로 조기 암진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5년 14만 명이던 신규 암환자 수는 2015년 23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암환자 중 절반이 발병 후 10년 이상 살 정도로, 치료만 받으면 암을 이겨낼 가능성도 커졌다. ‘암보험은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이유다.

암보험에 가입한다면 진단금이 많이 나오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암 진단을 받아도 수술·입원·요양·통원비가 반드시 들어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진단금을 많이 받는 게 낫다. 보장기간도 잘 따져봐야 한다.

미래에셋생명 김동환 FC(재무설계사)는 “보장기간을 60세까지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명이 길어지고 있어 80세 이상을 기본으로 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60세가 넘어서는 암보험에 다시 가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갱신형 보험이라면 가급적 갱신 주기가 긴 상품이 보험료 면에서 더 유리하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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