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2차 빅뱅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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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해 안에 최대 5개 은행 이름이 사라질 듯하다.

하나은행과 제일은행, 신한은행과 한미은행, 한빛은행과 광주·경남은행이 짝짓기에 들어갔고, 서울은행의 합병·매각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조흥·외환은행도 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 중 통합 국민은행의 등장과 함께 불붙은 2차 빅뱅의 윤곽이 확연히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합병 후에도 자산 1백89조원의 국민은행을 따라잡기 어려워 합병은행끼리 다시 합병해 덩치를 더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제일''신한+한미'=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최근 제일은행이 아니라면 다른 은행과 짝짓기를 하겠다며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에 5월 말까지 최종 결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관계기사 39면,본지 11일자 34면>

뉴브리지는 제일은행과 합병하면 몇년 동안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내세워 주식값을 후하게 쳐달라며 버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제일은행의 면세(免稅)효과는 떨어지므로 시간을 끄는 것은 두 은행 모두에 손해"라고 말했다.

신한·한미은행도 상반기 중 타결을 목표로 합병협상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한미은행 경영진에게 준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이나 이 은행의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 협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미은행의 DR발행은 발행주식 수를 늘려 신한측이 치러야 할 인수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한측이 못마땅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는 '하나+제일''신한+한미'조합이 실패할 경우 나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과 김승유 회장이 다시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영광 되찾기 나선 옛 대형은행=우리금융지주회사는 한빛·광주·경남은행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경남은행이 강력 반발해 진통을 겪고 있다.

쌍용·현대그룹 등 대기업 여신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조흥·외환은행도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두 은행은 경영개선권고 같은 족쇄가 풀림에 따라 합병이나 금융지주사 설립 등에 나설 계획이다. 조흥·외환은행은 서로 합치거나 중소기업은행과 합병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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