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프로 진행 '외인부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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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시사·다큐 프로그램 진행자에 '외인 부대'의 물결이 거세다. 지난 주말 방송 3사의 봄 개편을 맞아 '추적 60분'에 경희대 김민전 교수가 파격적으로 기용됐고, 신설 프로그램 '과학 다큐 블랙박스'는 탤런트 차인표가 사회를 맡았다. 위성방송 히스토리 채널에서도 4·5월 방송되는 다큐멘터리의 진행에 정재환·추상미가 가세했다.

◇딱딱한 내용을 부드러움으로 커버한다=그간 연기자 등 비전문가가 시사·다큐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를 꿰차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는 지적 능력과 프로그램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문성근이나 KBS '역사스페셜'의 유인촌은 그런 면에서 시사·다큐 프로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연예인도 참신하고 친근한 진행을 무기로 시사·다큐의 사회자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KBS '차인표의 블랙박스'는 내용과 사회자 진행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회자로 낙점된 차인표는 그간 보여온 성실하고 예의바른 이미지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시청자는 "발음이 좀 이상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knw83), "기존의 젊은이들까지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marie9)이라고 의견을 올렸다.

4월 초 방송을 시작한 히스토리 채널의 '역사 매거진 사상 최고'의 진행을 맡고 있는 정재환은 따로 관련 지식을 공부할 정도로 의욕에 차 있다. 개그맨 출신이지만 성균관대 사학과 학생으로, 또 한글문화연대에서 한글 지킴이로 열심히 활동하는 그는 '믿음을 주는 인물형'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영화배우 추상미도 5월 첫주부터 방송되는 히스토리채널 인물 다큐멘터리 '헐리우드 커플'(가제)의 단독 진행자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부드러움도 지나치면 독(毒)=지난 6일 KBS '추적 60분'이 방송된 후 홈페이지에는 새로 사회자를 맡게 된 김민전 교수에 대해 '기대에 못미친다'는 글이 수십건 올라왔다."예뻐 보이려고 하는 모습에 실망스러웠다"(vivus) "교수님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등 대부분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높은 톤의 목소리와 연극 대사를 하는 듯한 말투, 날카롭지 않은 질문 등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이에 대해 KBS 김현 책임 PD는 "방송 진행이 처음이라 긴장해서 그런 탓"이라며 "내용이 딱딱한 프로그램인 만큼 앞으로 김교수가 프로그램을 깔끔하고 부드럽게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레이션에 뛰어드는 연예인들=성우나 아나운서의 전유물로 여겨진 내레이션 분야에도 연예인의 진출이 눈에 띈다. 발음이 성우만큼 정확하진 않지만 목소리가 친근하고 신선하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배철수씨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SBS '트루스토리', 사진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MBC '포토 에세이-사람' 등을 통해 진지한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오주환 PD는 "일반인의 삶을 다룰 때 배철수의 목소리는 꾸며지지 않은 뚝배기같아서 좋다"고 평했다. 이외에도 가수 윤도현의 씩씩한 목소리, 탤런트 신애라의 깔끔하고 낭랑한 목소리도 인기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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