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 노사모> '새 정치'실험… 부작용 논란도 : 어떤 활동 해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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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급부상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사모는 인터넷을 통해 결성된 정치인 자원봉사 조직으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의 진원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면서 통제가 어려워졌고, 일부 구성원의 활동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경선을 마치고 대선까지 어떤 형태로 조직을 꾸려갈지도 관심거리다. 노사모를 집중 해부한다.

"이 괴물 같은 조직이 그들(경쟁후보측)의 사고 틀에서는 인식이 안될 것이다. 기껏 민주산악회나 연청 같은 조직만 봐왔을테니."

최근 노사모 회원 중 한명인 정모(36)씨가 기자에게 보내온 e-메일 내용 중 한 대목이다. 정씨의 지적대로 노사모란 조직은 독특하다.

노사모는 원래 인터넷상의 동호회였다. 지금은 민주당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盧후보 홍보물을 만들고,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의 선거인단 모집운동을 벌였다. 민주당의 지역별 순회 경선 현장에는 2백~3백명씩 모여 일사불란한 응원전을 펼친다.

모든 경비는 이들이 '십시일반 자력갱생'이라고 부르는, 매월 정기회비와 '낮은 울타리'라는 수시 모금으로 충당한다. 정기회비는 월평균 5백만원, 부정기회비도 다달이 1백만원 정도가 걷힌다고 한다.

盧후보에게 별도의 후원금까지 내고 있다. 盧후보측은 "지난달 16일 광주 경선 이후 약 20여일 만에 6천여만원이 모였는데 후원자의 상당수가 노사모 회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회원수도 크게 늘었다. 9일 오후 3시 현재 노사모 회원은 2만8천6백79명. 지난달 하순까지만 해도 1만5천명 수준이었으나 하루 평균 1천여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노사모는 2000년 4·13총선 때 盧후보가 부산에서 낙선한 뒤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던 네티즌들이 대전의 한 PC방에 모여 출범시켰다.

초기 회원은 6백여명. 이때만 해도 노사모의 활동은 회원간 친목도모를 제외하곤 '온라인'(인터넷)으로 제한됐다. 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盧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은 '오프라인'으로 행동반경을 확대했다. 이들의 열성적 활동은 盧후보의 이미지 개선에 큰 보탬이 됐다.

국민선거인단에 선정됐던 광주대의 한 강사는 "창원의 한 40대 여자 시간강사가 꽃무늬 편지지 네장에 깨알 같은 글씨로 盧후보 지지를 호소해 그를 찍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金賢美)교수는 "시민들이 정치적 허무주의를 극복한 긍정적인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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