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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커야 '천문학적'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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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문학적'이란 말이 자주 사용되는데, 실제 천문학에서 사용되는 '천문학적'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소개할까 한다.

태양계의 크기는 120억km다. 이게 얼마나 크냐 하면, 우리 지구를 모래알 크기로 줄여도 태양계는 여의도의 반이나 된다는 뜻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만큼 지구가 큰 덩어리라는 뜻인데, 태양계와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렇게 축소할 경우 태양계에서 가장 큰 태양조차 주먹 크기에 불과하다. 또한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구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나머지 행성들이라야 당연히 구슬보다 훨씬 작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으로 보면 태양계가 엄청 큰 것 같지만 사실 '천문학적'으로 보면 극히 작은 것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태양계를 떠나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조차 태양계 크기보다 2500배나 먼 30조km나 되기 때문이다. 현실과 거리가 먼 '천문학적' 수치이니 이 또한 지도의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면 이렇다. 거대한 태양을 모래 크기로 축소했을 때 가장 가까운 별은 이로부터 30km 떨어진 또 하나의 모래다. 그리고 그 사이엔 아무것도 없다.

별과 별 사이는 이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봤을 땐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이란 말은 우리 둘 사이가 아주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조차 이처럼 대단히 멀기 때문에 21세기 최첨단 기술로 만든 우주선으로도 3만년이 걸려야 갈 수 있으며, 1초에 30만km를 달리는 빛의 속도로도 3년 넘게 가야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그곳에 외계인이 산다 해도 우리가 그들과 전파로 단 한 번 인사를 주고받는 데 6년이나 걸린다.

우리 은하 안에는 별들이 무려 2000억개나 있다. 그것도 지구 같은 행성은 아예 헤아리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이렇게 많은 별이 있는 우리 은하의 크기는 10만 광년 즉, 1초에 30만km를 달리는 빛으로도 10만년이나 걸리는 거리이며, 1조km의 100만배나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지도의 개념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 은하가 지구 크기로 작아진다면 태양은 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볼 수 있는 0.01mm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지구는 그것의 100분의 1인 0.0001mm 정도이니 전자현미경이라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가장 큰 우주 전체를 이야기할 차례다. 그런데 불행히도 아직 우리는 우주의 정확한 크기를 잘 모르고 있다. 우주의 나이가 140억년쯤 되니 우주의 반지름도 140억 광년이라는 단순 논리도 있고, 더 클 거라는 주장도 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단 우주의 반지름을 140억 광년으로 가정하면, 우주 안에는 1000억개의 은하들이 있을 거라고 추정된다.

은하의 수가 1000억개이면, 한 은하 내에 별이 평균 2000억개나 있으니 우리 우주 안에 있는 모든 별의 수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위는 없다. 그래서 그냥 무지하게 많다는 시골 아저씨의 표현방식이 오히려 적합할 것 같다.

우주의 반지름이 140억 광년이란 말은 우주의 크기가 1조km의 1000억배란 말과 같다. 황당한 수치를 간단히 정리하면, 우주는 은하 크기의 30만배다. 이 거대한 우주 전체를 월드컵 축구장 2배 정도로 축소하면 은하들의 평균 크기는 1mm로 줄어든다. 그리고 은하와 은하 간의 평균 거리는 5cm 정도 된다. 여기서 독자들은 1mm로 줄어든 은하란 것이 대략 2000억개의 별로 구성돼 있고, 크기가 10만 광년이란 걸 상기하길 바란다.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정보연구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