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뻔뻔한 CEO들 NYT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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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파렴치한 행위로 돈을 벌거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현상을 보이는 것은 미국 전문경영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뉴욕 타임스는 7일 유명 대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런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편집자

이들은 실적이나 전망치를 부풀려 주가를 띄운 다음 보유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회사측 발표만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만 쪽박을 찬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실적조사 전문업체인 톰슨파이낸셜의 자료를 인용,제록스·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게스 등 주요 대기업의 경영진이 달성하기 힘든 실적 예상치를 발표한 뒤 이를 하향 수정하기 전에 주식을 판 혐의(내부자 거래)를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1990~2001년 제록스 CEO였던 폴 알레어는 자사 주가가 내리막을 걷기 전인 98~99년 보유 주식을 주당 50달러 이상(지난 5일 현재 주가는 10.52달러)에 팔아 1천6백만달러를 손에 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제록스 주가는 실제보다 과대 포장된 이익 때문에 한껏 오른 상태였다는 것이다. 제록스는 임대한 복사기를 판 것으로 계산하는 수법으로 97~2000년 이익을 실제보다 늘렸다고 최근 시인한 바 있다.

오라클과 선의 경영진은 2000년 말 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이 정보통신(IT)경기 부진으로 실적전망치를 낮출 때 자신들은 문제없다며 종전 전망치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발표 후 일주일 만에 에드워드 잰더 선 사장은 8백만달러어치의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다.

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과 제프리 헨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달 후 각각 9억달러, 3천1백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런 뒤에야 두 회사는 실적 전망을 낮춘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주가도 급락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같은 행위는 대체로 불법적인 내부자 거래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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