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니 스니켓~'서 1인3역 짐 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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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자유자재의 표정과 춤추는 듯한 팔.다리 동작으로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가 된 짐 캐리(42). 그가 또 한 번 변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영화로 관객을 찾아온다. 다음달 28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레모니 스니켓 - 위험한 대결'에서 1인 3역의 악당 역을 맡은 것.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그는 "배역이 극단적인 악한을 표현하는 것이라 연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냥 포악한 새를 마음 속에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역은 부모 잃은 어린들의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는 울라프 백작. 파충류학자와 외다리 선장으로 위장해가며 아이들의 목숨을 노리는 탐욕스럽고 잔인한 인물이다.

짐 캐리는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점에 끌려 출연했다. 촬영 기간 중 머리 모양을 수시로 바꿀 수 있도록 대머리로 지냈고 더욱 창백한 표정 위해 햇빛을 피해다니기도 했지만 늘 즐거운 마음이었다"고 촬영 과정을 설명했다.

기괴한 표정과 동작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그는 자신의 연기력이 색소폰 연주자였던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아버지가 얼굴과 온몸을 움직여가며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모두 넋을 놓고 지켜봤다. 그가 하면 모든 얘기가 새로운 것이 됐다."

최근 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수년간 우울증에 시달려왔다고 고백한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며 그다지 사교적인 편이 아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화가나 공예가가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머는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반창고처럼 사람들의 상처를 감쌀 수는 있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최소한 두시간 동안은 즐겁게 하는 게 내 일이라고 믿는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로스앤젤레스=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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