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心 승부조작" 이인제 속뜻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공격이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대구 경선(5일)에서 처음 金대통령 친인척의 비리 척결을 거론한 데 이어 8일엔 "연청(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조직이 당 경선에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청은 야당 시절 金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의원이 만든 청년조직. 당 외곽단체로 출발했으나 지난해 당 조직정비 과정에서 공조직에 흡수됐다. 李후보측 김윤수(金允秀)특보는 바로 이 점을 부각했다. 연청과 金대통령-金의원 간의 관계를 고리로 "대통령의 친위조직이 경선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청의 성격을 놓고 "당 공식조직인 만큼 DJ친위조직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성격상 金대통령의 친위부대라는 것은 다 아는 얘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훼손된 경선의 공정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당과 청와대의 해명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사실상 공격의 과녁이 金대통령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金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대선 후보 경선이 불공정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김심(金心)'과 권력 핵심이 개입해 승부를 조작하고 있다는 '음모론'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이전의 음모론과는 다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선 승부를 떠나 향후 자신의 거취를 생각해 일종의 '명분쌓기'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李후보의 핵심 측근도 金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당원·대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민주당 경선은 종반전으로 접어든다.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이미 기세를 빼앗긴 李후보가 승부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경선 캠프 내부에서도 우세하다.

따라서 이번 주말 경선(충북·전남)을 지나면 권력 핵심에 대한 李후보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李후보는 이미 후보가 되고 안 되고 하는 문제를 떠났다. 다음주부터 정치생명을 건 승부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