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감사원의 천안함 감사 논란 여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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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감사원의 감사 결과만 보면 대다수 국민이 군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감사원이 국방부와 합참, 해군 2함대사령부 등의 허위 보고와 조작 문제 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군인은 이번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감사원의 발표에는 수긍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 발표 자료에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다.

우선 새떼와 북한 반잠수정의 문제다. 천안함이 피격된 직후 속초함은 최고 속력으로 사건 현장으로 달려왔다. 속초함은 레이더에 나타난 미상의 물체를 ‘반잠수정’으로 간주하고 2함대사령부에 보고한 뒤 76㎜ 함포로 사격했다. 그런데 2함대사는 상황이 종료된 뒤 반잠수정이 아니라 ‘새떼’로 결론 내리고 상부에 다시 보고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2함대사는 속초함의 보고와 달리 상부에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보고지침을 위배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감사원의 표현은 마치 2함대사가 북한 반잠수정의 침투를 은폐하기 위해 새떼로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감사원의 조사는 실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속초함의 반잠수정 판단은 김태영 장관과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곧장 보고됐다. 김 장관은 당시 반잠수정으로 보이는 미확인물체에 대한 사격 지시를 내렸고 속초함은 130여 발의 함포를 쏘았다. 그런데도 2함대가 이 물체를 반잠수정이 아니라 새떼로 최종 결론 내린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먼저 속초함의 표적추적레이더(MTI)에는 반잠수정으로 보이는 미확인물체가 북한지역 육지에 상륙한 뒤에도 계속 움직인 것으로 잡혔다. MTI레이더는 움직이는 표적만 추적한다. 반잠수정이라면 육지에서 이동이 불가능하다. 또 당시 백령도 인근 해상의 파고가 2.5m로 높았던 점도 들고 있다. 반잠수정은 이런 파고 위를 시속 74㎞(40노트)로 달릴 수 없다고 한다. 뒤집어지기 십상이다. 이와 함께 이 미확인물체는 레이더 화면에서 흩어졌다 다시 모이곤 했다. 반잠수정이 쪼개졌다 합쳐질 순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속초함이 사격한 포탄이 떨어진 장면을 촬영한 TOD 영상에는 반잠수정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반잠수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속초함장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새떼를 반잠수정으로 착각해서 보고했다고 해서 그대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런 정황을 감안하지 않고 발표했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이의도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감사 과정에서 군 당국이 언론에 군사기밀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징계를 요구한 것도 문제다. 국민의 알 권리와 군사기밀은 항상 간극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간극을 메우려 애쓴 군 간부만 피해를 보게 됐다. 아예 모르쇠로 복지부동한 경우는 감사에서 제외됐다. 천안함 침몰 장면을 담은 TOD 영상을 공개한 것도 감사원 지적 사항이다. 그동안 TOD 장비와 영상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러나 언론의 요구가 거세지자 의혹을 없애기 위해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감사원은 군의 특수성이나 작전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규정’이라는 잣대만 가지고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천안함 사건으로 곤두박질친 군의 사기를 추슬러야 한다. 앞으로 북한군의 추가 도발을 막고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군에 다시 한번 신뢰를 보내야 되지 않겠는가. 대장급 인사에 이어 이번 주에 후속 군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군은 이를 계기로 다시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결의를 다져야 한다. 천안함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삼고 국가방위에 투철한 군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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