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속한 선거수사·재판으로 행정공백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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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선거는 끝났지만, 단체장 자리는 불안정하다. 선거법 관련 수사와 재판이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서울 중구청장 당선자가 지난 주말 구속됐다. 현금 3100만원을 당직자에게 건넨 혐의다. 당선자로선 구속 1호다. 그는 열흘 후 거행될 취임식도, 나아가 구정(區政)에 대한 비전 제시나 조직 추스르기도 구치소에서 진행하게 됐다. 당분간 ‘구치소 결재’가 불가피한 것이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주민들과 직접 소통이 없이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다 보면 그만큼 민의(民意)와 동떨어지고, 내용도 부실해질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당선자 못지않게 선출한 주민들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유(類)의 행정공백이 앞으로도 곳곳에서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번 6·2지방선거와 관련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단체장은 광역 8명, 기초 54명이다. 교육감 3명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대부분 ‘돈 선거’ 관련이다. 이들은 비록 당선됐지만, 신분 불안으로 제대로 일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검찰은 당선무효에 상당하는 사안의 경우 수사를 조속히 매듭짓기 바란다. 그래야 혐의를 벗은 당선자들이 자신 있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취임해서도 시정(施政)에 전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신속한 수사는 결과적으로 자치행정의 안정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기소에 이어 1심부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이어지는 경우 자치행정의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 흠결(欠缺)이 있는 ‘시한부 단체장’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정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며 임기의 상당 기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만일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직무가 정지돼 불안정한 대행체제가 들어선다. 설령 재선거로 후임자가 선출돼도 절반쯤 남은 기간으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단체장 94명이 기소된 4기 지방자치 때도 상당수 지자체가 이런저런 행정차질을 빚었다. 여기서 비롯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왔다. 따라서 주민의 편익을 위해서도, 자치행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선거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은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