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학생 되기 건국대 사범대 & 경인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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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은 주보영·조은별(서울 덕원여고 2)양, 중고교 선생님이 꿈인 임지원(서울 오금고 2)양, 이상혁(경기 분당 야탑중 3)군이 1일 대학생되기 세번째 주인공이 됐다. 이들은 각각 경인교육대학교와 건국대학교 수학교육과를 탐방해 대학생의 하루를 경험했다.

9일 경인교대 안양캠퍼스 자연관 강의동 203호

“이번 시간에는 각 나라의 전통 문양을 이용해 공예품을 만들어보기로 해요. 선생님이 나눠주는 물감과 사인펜, 색종이는 자유롭게 써도 좋아요.”

강단에 서 있는 사람이 교수라 하기엔 얼굴이 너무 앳돼 보였다. 멘토 채주희(21·영어교육과 3년)씨가 1일 대학생 주양과 조양에게 귓속말로 설명했다. “지금은 ‘미술과 교육Ⅱ’강의 시간인데, 학생들이 선생님이 돼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해보는 거야. 창의적인 수업지도안을 짜서 실제로 이렇게 연습해보면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지.” 졸지에 초등학생이 된 두 학생은 예비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수업을 듣느라 귀를 쫑긋 세웠다.

 20여분의 시강이 끝난 후 미술교육과 김해경 교수의 평가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교사의 설명만큼 중요한 것은 수업자료의 질”이라며 수업 준비를 성실히 한 학생들을 칭찬했다. 반면 교사가 질문과 답을 전부 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사는 학생들이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안내해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질문을 던졌으면 학생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죠.” 김 교수는 “비뚤어지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진정한 교사”라며 “독서와 여행을 통해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보라”고 당부했다.

채씨는 두 학생에게 과학실험 실습실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과학실을 꼭 닮은 실습실에는 삼각플라스크와 비커, 알코올램프 등 과학실험 도구들이 가득했다. 김지혜(20·과학교육과 1년)씨의 도움으로 기압차에 의한 물체의 이동을 알아보는 간단한 과학실험을 끝낸 두학생은 “원리를 알고 나니 어려운 공식도 쉽게 이해가 된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10일 건국대 사범대 강의실 216호

“체 F위의 n차의 기약다항식 p(χ)∈ F[χ]에 대하여 K를 F 위에서 p(χ)의 분해체라고 할
때, p(χ)가 체 F위의 분리다항식이면 다음이 성립한다.....” 칠판에는 외계어처럼 생긴 온갖 수학 식과 기호들이 빼곡했다. 1일 대학생 자격으로 수업에 참여한 임양과 이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수업은 분명 한국말로 하고 있는데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이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했던 임양은 울상이 됐다. 멘토 구소현(21·영어교육과 3년)씨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 수업은 ‘중등대수교육2’인데 대학교 4학년 학생들이 듣는 과목이야.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수업이지. 너희들이 잘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해.”

이군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어려운 내용을 굳이 배우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구씨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수 체계를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며 “수학과에 비하면 수학교육과에서 배우는 수학은 그래도 쉬운 편”이라고 귀띔했다.

수학과는 수학 그 자체를 연구하는 반면 수학교육과는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수학교육과 수업에는 교육방법론, 교육철학 같은 교육학 수업이 절반 이상 포함돼 있다. 수학교육과 홍진곤 교수는 “수학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학도 좋아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좋아해야 한다”며 “수학문제 풀이과정을 꼼꼼히 정리하는 연습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넓은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진로선택 스펙트럼 다양하게 생각해봐야

멘토로 나선 대학생들은 “교대와 사범대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진로를 정해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교대와 사범대는 교사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교대에,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면 사범대에 진학해야 한다. 그러나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한다고 해서 무조건 선생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졸업 후에 ‘임용고시’를 치러 합격해야 한다. 초등 임용고시 경쟁률은 2:1 정도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중등 임용고시 경쟁률은 20:1에 육박한다.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공립학교로 발령을 받는다. 사립학교 교사는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될 수 있다. 교사 자격증만 갖고 있으면 면접과 시강을 거쳐 교사로 선발될 수 있다.

홍 교수는 “교사가 되는 것 말고도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가 되거나 교육관련 공무원이 되는 길도 있다”며 “진로 선택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교대나 사범대에 들어가려면 성적은 얼마나 좋아야 할까. 채씨는 “교대에 합격하려면 전 과목 내신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마지노선인 내신 3등급을 넘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구씨도 “우리 학교의 경우 모의고사 2등급 이내를 유지해야 합격 안정권”이라고 전했다. 

[사진설명] 1. 조은별·주보영(가운데 왼쪽부터)양이 김지혜(왼쪽)·채주희(오른쪽)씨와 함께 과학실험을 해보고 있다. 2. 구소현(오른쪽)씨가 이상혁군과 임지원양에게 원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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