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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당 700만원대 분양도 외면, 강남 제외하면 고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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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26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지송(70) 사장은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데,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분양하는 보금자리주택조차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면 사겠다는 사람이 부족해 입주자 모집에 애를 먹는 게 현실이다.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인하 검토하는 이유는

민간 건설업체들은 기회만 있으면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워낙 싸게 공급하는 바람에 민간 아파트 분양이 타격을 받는다”며 아우성을 친다. 이런 상황에서 LH가 ‘분양가 인하’란 카드를 꺼내들면 업체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H로서도 ‘남의 딱한 사정’을 봐줄 처지가 되지 못한다. 주택시장 침체의 여파가 민간 아파트를 넘어 보금자리주택에도 미치고 있어서다.

특히 이달 8~14일 분양신청을 받은 ‘인천 서창2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대량 미달 사태는 LH에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인천에서 보금자리주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3순위까지 접수했어도 전체 분양 물량 2134가구 중 60%를 넘는 1307가구에서 입주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 서창2지구는 원래 2005년부터 택지개발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지난해 말 보금자리 사업으로 전환했다. LH 직원들은 “분양가가 3.3㎡당 780만원(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가까운 송도신도시보다 30~40%나 싸다. ‘미니 신도시’로 부를 만한 210만㎡(약 63만5000평)의 대규모 개발사업이고, 제2 경인·영동고속도로 등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LH는 20일까지 잔여물량(미분양)의 무순위 접수를 한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도 계약금(10%)만 내면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다는 보금자리의 취지에는 어긋나지만 미분양을 줄이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축비 등 원가 절감이 관건
보금자리주택의 미달 사태는 지난달에도 있었다. 2차 보금자리 지구 6곳의 사전예약을 받은 결과다. 서울 강남권 2개 지구는 경쟁률이 10대1을 넘나들었지만 경기도 남양주 진건지구와 시흥 은계지구의 두 곳에선 입주 희망자가 공급 물량보다 적었다. 부천 옥길지구에선 평균 경쟁률이 1.3대1을 기록하긴 했지만 일부 주택형에서 잔여물량이 생겼다. 무난히 사전예약을 마친 곳은 경기도 보금자리 4곳 중 구리 갈매지구 한 곳뿐이다.

지난해 10월 1차 보금자리주택 청약 열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당시 서울 강남권 2개 지구는 물론 경기도 2개 지구도 인기리에 입주자 모집을 마쳤다. 하남 미사지구는 일반분양이 4207가구나 됐지만 1만3573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특별분양을 포함한 전체 청약자는 3만 명에 가까웠다. 고양 원흥지구 일반분양(1115가구)에도 3140명이 청약 신청서를 냈다. 이때만 해도 7개월 만에 보금자리주택을 둘러싼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토해양부는 경기 지역 청약률이 저조한 첫째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침체’를 들었다(5월 25일자 보도자료). 시장 관계자들의 견해와 대체로 일치한다.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1차나 2차나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주변 아파트 시세가 지난해 10월 이후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길게는 10년간 집을 팔지 못하고(전매제한), 분양받은 사람이 5년간 반드시 살아야 한다(거주 의무).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일부 지역에선 비록 준공한 지 오래되긴 했지만 기존 아파트 시세와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비슷한 수준까지 접근했다”며 “같은 값이면 전매제한과 거주 의무에 묶이는 보금자리주택의 선호도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내년에 실시할 본청약이다. 지금까지 나온 보금자리주택은 인천 서창2지구를 제외하고 모두 사전예약이었다. 본청약에선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내야 한다.

사전예약자는 본청약에서 우선권을 갖지만 원한다면 본청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 만일 본청약 때까지 집값이 더 떨어진다면 청약 포기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LH가 벌써부터 ‘분양가 인하 검토’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다.

LH 고위관계자는 “분양가 인하를 위해선 토지 조성비와 건축비 등 원가절감이 필요하다”며 “지금부터 원가절감이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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