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무색한 '강남 프리미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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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일 실시된 서울 3차 동시분양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과 분양가 통제 등의 잇따른 부동산 시장 안정책을 무색케할 정도로 주택소비자들이 몰려 은행 창구가 북새통을 이뤘다.

청약 결과만 놓고 보면 ▶강남권 선호도의 심화 ▶브랜드 편중화 ▶대단지 관심 등으로 요약된다.

최근 정부가 아파트 분양 시장의 과열을 잡겠다며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무주택 우선공급 등의 안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 수요가 신규 분양에 몰리고 있다.

실제 이번에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던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과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 두 곳에만 전체 청약 신청자의 68%인 6만4천여명이 몰려 이른바 '강남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당 분양가가 무려 1천5백98만원인 동부센트레빌 45평형(65가구 공급)과 쳥당 분양가가 1천3백58만원인 중앙하이츠빌리지 32평형(54가구 공급)에 각 2만명이상이 접수해 치열한 경쟁을 나타냈다.

체감 분양가가 비싸긴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투자성이 좋아 일단 분양부터 받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부 센트레빌 45평형에 청약한 주부 정희조(41·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분양가가 비싸기는 하지만 기존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보니 투자가치가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비싼 분양가 때문에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일반 분양 물량이 중대형 평형이어서 청약경쟁률이 비교적 높게 나온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청약 열기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는 상당히 많이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 곳이 많지 않았으며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고 단지 규모가 작은 아파트는 12개 평형이나 미달됐다.

올해 치른 1,2차 동시분양 때 나온 아파트들이 청약접수 첫날 모두 주인을 찾은 것과 비교된다.

강남권이라도 대형 평형이거나 단지 규모가 작으면 외면받았다. 대치동 동부아파트 53평형은 주택소비자가 좋아하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단지규모(8백5가구)가 크다는 이유로 42.4대 1의 경쟁을 기록한 반면 도곡동 롯데캐슬 53평형은 단지가 60가구로 작은 탓인지 4.6대 1의 경쟁률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또 방배동 롯데는 대형 평형(81평형)이어서 수요가 한정된 데다 분양가(평당 1천4백49만원선)도 입지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절반이나 미달됐다.

반면 삼성동 금호 베스트빌은 단지규모(총 68가구)는 작지만 수요층이 탄탄한 30평형대 이하여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며 최초의 저밀도아파트 재건축사업으로 관심을 끈 암사동 현대홈타운도 대단지인 데다 중소형 평형이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2만명이 신청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최근 1순위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기존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강남권 신규 분양시장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상품별·입지별 차별화는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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