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는 자동차 리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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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일부 승용차에 제작상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쉬쉬하다가 당국으로부터 강제리콜(제작 결함 무상수리) 지시를 받았다.

기아자동차는 옵티마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건설교통부로부터 강제리콜 조치를 받았다. 기아차의 모기업인 현대차 역시 EF쏘나타 LPG차량의 결함에 대해 공개 리콜을 실시하지 않다가 제재를 받았다. 현대차는 리콜 대상 차량이 10만대를 넘는데, 3년 전에도 동일한 결함으로 무상 수리를 했으나 다시 결함이 발생하자 지난해 9월부터 비공개 리콜을 실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회사가 제작상의 결함을 발견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당국에 리콜 실시계획을 보고하고 자동차 소유자들에게 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만여개의 부품으로 차를 만들다보면 결함이 있을 수 있지만, 자동차가 생명을 싣는 상품인 만큼 제작상의 결함은 자진해 공개적으로 수리해주라는 것이 리콜제도의 취지다. 현대와 기아차는 개별적으로 비공개 수리를 해주고 있었다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수많은 운전자에게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차량 등록대수는 1천3백만대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승용차는 9백만대나 된다. 국민 5.35명당, 또 1.78가구당 한대꼴로 승용차를 보유한 셈이니 승용차는 이미 국민생활의 일부가 됐다. 차가 늘어날수록 리콜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1996년 이후 4년간 전체 생산차량의 97%에 대해 리콜이 실시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리콜 실시 차량은 55만여대로 전년보다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조기술이 향상된 탓도 있지만 아직도 기업들이 공개 리콜을 기피한다는 점이 문제다. 일단 결함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리콜에 나설 때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고 소비자들에게서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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