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건강악화 주요의식 집전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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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건강 악화로 부활절을 앞둔 성목요일 미사의 가장 성스러운 의식인 세족례(洗足禮)를 재위 23년 만에 처음으로 집전하지 못했다.

교황은 28일 성 베드로 성당에서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복음을 전달하기 위해 잠시 일어섰을 뿐 미사 집전을 다른 추기경들에게 맡기고 줄곧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병약한 모습을 보였다. 외신들은 지병인 파킨슨병과 오른쪽 무릎의 관절염이 악화돼 기동이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했다.

오는 5월 82세를 맞는 요한 바오로 2세는 최근 성지 주일 미사를 집전하지 못한 데 이어 매주 수요일의 공식접견 행사 등도 취소했다.

교황청 소식통들은 교황의 현 건강상태로는 전통적으로 TV가 중계하는 가운데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갈 수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티칸 주변에서는 사임설이 나돌면서 차기 교황 자리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교황청 관계자들은 가톨릭 교회가 당면한 교세 약화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유럽 출신의 추기경 중에서 차기 교황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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