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23 부동산대책 보완 나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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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오간 얘기는 일부 실수요자들의 거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는 거다. 거래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17일 국토해양부 진현환 주택정책과장 얘기다. 신규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살던 집(입주자 급매물)이 팔리지 않아 고심 중인 이들과 같은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완책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시장 안정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회의 참석자들의 인식이 같았다”(이원재 주택정책관)는 설명처럼 거래 활성화와 이에 따른 부동산 경기 부양은 정책 목표가 아니란 뜻이다. 또 업계가 요구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들은 “DTI를 완화하자는 것은 규제적용을 받는 사람들이 여러 채를 살 수 있도록 해 주자는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불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뭐가 있을까. 당장은 4·23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자 급매물을 구입하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의 경우 DTI를 초과해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4·23 대책의 골자다. 올해 말까지 국민주택기금에서 최고 2억원까지 연 5.2%로 대출을 받거나,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 주도록 했다.

그러나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있으면 안 되고 ▶6억원·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하며 ▶주택기금 대출은 부부합산 소득이 연 40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되고 ▶입주예정자의 자격도 입주기간이 지나 분양대금을 연체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이런 탓에 17일 현재 국민주택기금 대출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보증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완화해 지원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입주자 급매물의 가격과 면적 제한을 완화하고 분양대금을 연체하지 않는 경우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도 재추진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그간 민간택지에 짓는 민영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해 왔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 2건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상한제가 업체의 창의적 주택 건설을 막아 거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전면 폐지는 아니고 시장안정 기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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