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시내버스 보급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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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 버스 앞면에 '천연가스(CNG)버스(사진)'라는 안내문을 붙인 156번(구파발~서울역) 버스가 도착하자 승객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회사원 강영애(27·서울 은평구)씨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경유 버스와 달리 친환경적인 CNG 버스를 타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156번 버스가 떠난 뒤 30여분 동안 20여대의 버스가 왔다 갔지만 CNG 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서울시가 '클린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1999년부터 추진해 온 무공해 CNG 버스 보급이 지지부진하다.

시는 월드컵 때까지 시내버스 열대당 한 대꼴인 8백80대의 CNG 버스를 운행해 오존과 먼지 농도를 줄일 계획이었으나 27일 현재 3백80대를 보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처럼 CNG 버스 보급이 미흡한 것은 이 버스에 필수적인 가스충전소의 설치가 주민 반발로 어려운 데다 노후 경유 버스의 교체 수요 예측도 빗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시는 ▶은평구 은평공영충전소▶노원구 삼화상운충전소▶강동구 강동공영충전소 등 여섯 곳에만 가스충전소를 설치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맘때쯤 20여곳, 월드컵 때까지는 45곳에 충전소를 지어야 한다.

강서구 가양동 서남하수처리장 내 가스충전소의 경우 구청측이 시설 허가를 내줬으나 주민들이 "위험하다"며 반발해 2년째 공사를 못하다 최근에야 착공했다. 은평구 진관내동 신성교통충전소도 주민들과 군부대가 3년째 발목을 잡아 설치 여부가 불투명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버스 업체들도 CNG 버스 도입을 꺼리고 있다.S운수 관계자는 "차고지 인근에 충전소가 없어 CNG 버스를 도입할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체 차량도 크게 부족하다.

서울시 경유 버스(총 8천5백대)가운데 현재 CNG 버스로 교체 가능한 차령 9년(93년식)의 노후버스는 1백10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월드컵 때까지 CNG 버스 5백대를 더 늘리려면 94년식 4백여대도 바꿔야 한다.

서울시 정흥순(鄭興淳)차량공해담당관은 "차고지의 이동식 충전소를 대폭 확대하고 버스 업체에 차량 구입비를 지원해 운행 대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CNG 버스란=청정연료인 천연가스를 고압(2백㎏/㎤)으로 압축해 사용하며 매연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 물질 배출량이 경유 버스의 10~30% 수준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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