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목사 납치한 북한 공작단 "다른 인사 납북에도 관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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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북 직전인 1999년 겨울 미국에서 찍은 김동식 목사의 모습.[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가 2000년 1월 실종된 김동식(57) 목사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요원과 중국동포 등 9명의 공작단에 의해 강제로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작단 중 일부는 김 목사 외에 또 다른 인사들의 납북사건에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북한으로 납치된 한국인은 500여명이 넘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14일 "김 목사 납북 사건에 가담한 혐의(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및 형법상 납치.감금)로 중국동포 류모(34)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류씨는 현재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류씨는 북한에 포섭돼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북한 보위부에서 공작원 훈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후 중국에서 탈북자를 붙잡아 북한에 넘기는 임무를 맡아오던 중 김 목사 납북사건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 납북사건은 보위부 공작원들이 기획.주도했으며, 류씨 등 중국 동포 출신들은 김 목사를 유인하고 납치 차량을 준비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류씨는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김 목사 외에 다른 사람들의 납북에도 관여했다"고 진술, 류씨 등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된 국내 인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씨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판사는 "류씨는 여러 차례 북한에 다녀온 것과 북한 당국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류씨는 2001년 8월 김 목사 피랍사건에 개입한 또 다른 중국 동포 이모(34)씨와 함께 국내에 들어와 불법 체류해 왔다. 막노동판 등에서 일하며 지내오던 류씨는 지난 7월 탈북자의 신고로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아오다 최근 체포됐다. 공안당국은 달아난 공범 이씨를 포함해 김 목사 납치에 가담한 또 다른 공범 8~9명의 신병을 추적 중이다.

부산의 고신대를 졸업한 김 목사는 95년부터 중국 옌지(延吉)에서 탈북자를 상대로 선교 및 지원활동을 하던 중 2000년 1월 실종됐다. 통일부는 그해 10월 김 목사의 납북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조강수.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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