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폴란드 소금광산과 아우슈비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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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여행쪽지

비엘리츠카 소금 광산과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폴란드 제2의 도시 크라쿠프에서 버스로 각각 30분, 1시간30분 거리에 있다. 크라쿠프 시가지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므로 이곳에서 숙박을 하면서 두루 돌아보는 것이 좋다.

독일항공인 루프트한자(02-3420-0400·www.lufthansa-korea.com)를 이용하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바르샤바까지 가는 데 15시간이 걸린다. 오후 2시35분 인천에서 출발해 당일 오후 11시 바르샤바에 도착하는 항공편이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편씩 주 6회 운항한다. 인천~바르샤바 왕복 항공권(3개월 유효)은 이코노미 클라스 기준으로 1백35만원.

코리아나투어(02-734-8959)는 소금광산·아우슈비츠 수용소 방문 등을 포함한 동유럽 5개국 패키지(10박11일)상품을 2백1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폴란드 대사관(02-749-9681)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묵직한 나무문을 열자 갱도 사이로 '휘~잉 휭'몰아치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희미한 불빛이 회청색의 거친 바위 벽과 천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무 계단 3백78개를 숨차게 밟고 내려온 지하 64m지점. 폴란드가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제1호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의 7백년 전설이 시작되는 곳이다.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지금 여러분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소금입니다."

3백20㎞의 구불구불한 지하 갱도를 속속들이 안다는 이곳 광원(鑛員)의 말이다.

"맛을 봐도 좋다"는 그의 권유에 벽을 손으로 더듬어 핥아봤다. 짜다. 바위처럼 보이는 바닥도 천장도 불순물이 섞여 있어 색깔이 짙을 뿐 모두 소금덩어리다. 이 '회색의 금'을 캐기 위해 수백년 동안 광원들은 낙석과 가스 폭발의 위험에도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에게 의지하고자 했던 그들의 불안한 마음은 갱도 초입에 성 안토니오 제단으로 남아있다.

17세기 광원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이 소금 제단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像)이 조각돼 있다. 광원들은 이곳에서 일과를 시작하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서 갱도를 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소박한 소금 예수상의 팔다리를 가느다랗게 녹여 뭉그러뜨린 것은 수백년 동안의 습기가 아니라 광원들의 땀과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둡고 은밀한 갱도 곳곳에 소금으로 된 조각상들이 보인다. 모두 전문 조각가가 아닌 이곳 광원들이 새긴 것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 모형을 한손에 들고 있는 형상의 커다란 조각품이 눈에 띈다. 지동설(地動說)의 창시자인 그는 1493년 이곳을 방문했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거대한 자연과의 싸움 속에서 이름없는 광원들이 남긴 조각상들은 물에 녹는 소금에 새겨졌지만 바위처럼 단단해 보인다.

무명 광원들의 위대함은 지하 1백1m '성 킹가 대성당'에서 절정을 이룬다. 발코니·계단은 물론 팔각형으로 고르게 새겨진 바닥 타일까지 소금이다. 성당 전체를 환히 밝히는 거대한 샹들리에의 빛도 순도 99.9%의 투명한 크리스털 소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최후의 만찬, 예수 탄생 등의 장면이 빼곡이 담긴 벽면을 비롯해 이 거대한 성당의 모든 것을 단 세 사람의 광원이 65년에 걸쳐 만들었다.

괴테의 조각상이 입구에 있는 바이마르 방에 들어서면 거대한 조각공원 같았던 이곳이 소금광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광산 벽과 소금물 호수를 싸고 정적만이 감돈다. 빛을 등지고 어둠 속으로 생명의 근원인 소금을 찾아 내려간 인간의 강인함이 세속의 목소리를 천상으로 높이 끌어올린다.

비엘리츠카(폴란드)=구희령 기자

폴란드·슬로바키아….

냉전 체제 시절 한국인들에게 '동구권'이라는 이름으로 닫혀 있었던 곳들이다. 이들 중부 유럽 국가에도 이제 봄 바람이 불고 있다. 무비자로 한국인들을 반기고 있는 신선한 땅, 중유럽. 폴란드의 소금 광산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 빈, 슬로바키아의 타트라 산맥으로 떠나보자. '중유럽 기행'을 시리즈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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