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7시 서울 내부순환로 북부구간 성산대교 방면. 진출 램프마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체가 가장 심한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진출램프는 3㎞ 떨어진 홍지문터널 입구까지 밀려 있다. 길음·월곡 등 다른 램프 부근에도 차량이 1~2㎞씩 줄지어 있다.
1999년 2월 개통한 내부순환로가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자 서울시가 지난 2년 동안 1백94억원을 들여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설치, 지난 6일부터 운영에 들어갔으나 소통 개선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인터넷·ARS전화·전광판 등을 통해 차량 이동량과 속도 등 각종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사근(시속 12.2㎞)·홍은~홍지문터널(시속 17.7㎞)등 상습 정체구간은 여전히 출퇴근 시간 평균 속도가 20㎞에도 못미친다. 하루 평균 주행속도도 1월 7~11일 시속 67㎞에서 지난주(3월 18~22일)엔 60㎞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는 진출입 램프 18개 대부분이 차량이 밀리는 간선도로 교차로와 곧바로 연결돼 있는 데다 연결도로와의 신호체계가 엇갈리는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단순한 교통정보 제공만으론 정체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내부순환로와 이어지는 북부간선도로가 개통되면서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성산대교 방향의 경우 북부간선도로와 길음·정릉램프를 통해 시간당 최고 5천4백여대의 차량이 내부순환로로 쏟아지지만 이들 차량이 나갈 수 있는 곳은 월곡진출램프에서 7.5㎞나 떨어진 홍은진출램프(시간당 1천2백대 수용 규모)가 고작이다.
인터넷이나 전광판 등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제공되는 교통정보에도 오류가 많다.
정희원(鄭熙元·30·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전광판에 6분이 걸린다던 홍지문터널~홍은램프 구간을 지나는데 그 두배인 12분 이상이 걸렸다. 엉터리 안내 때문에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4월 말 이후 홍은·길음·월곡 등 주요 램프 아홉곳에 신호등을 설치, 수용 가능용량을 초과할 경우 차량 진입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김대호(金大鎬)교통운영개선기획단장은 "정체가 가장 심한 홍은진출램프 부근의 유진상가 일대를 일방통행으로 만들고 성산·연희 등 주요 진출입램프의 신호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통관리센터 한 관계자는 "신호등형 진입제어시스템은 98년 올림픽대로 동작대교~반포대교 중간지점과 청담IC 등 두 곳에 설치한 적이 있으나 운전자들 대부분이 신호를 지키지 않아 실패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閔萬基)사무처장은 "진출램프 증설이나 신호체계 손질 등을 서두르지 않으면 애써 만든 지능형 교통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